망했다라는 표현을 아직은 쓰기 성급하다고 믿고 싶다.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시청률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칼과 꽃이지만 그래도 본격적으로 2부가 시작되면서 아주 살짝은 기대를 해보고 싶어진다. 당장 이번주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여왕의 교실의 끝이 나는 상황에서 칼과 꽃도 나름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칼과 꽃이 보여주는 가장 심각한 상황은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시청률이 낮은 것을 떠나서 화제가 안되는 상황은 정말 처참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일종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 같다. 그렇지만 2부로 넘어오면서 희망을 살짝 볼 수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존재감을 보여준 것은 온주완이었다. 최민수가 연기하는 연개소문과 김영철이 연기하는 영류왕의 대립이 그나마 드라마의 긴장감을 더해주어왔는데 영류왕의 죽음이후 과연 누가 드라마에서 이러한 긴장감을 유지시켜줄까 상당히 궁금은 했다.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주인공인 엄태웅과 김옥빈이 확실하게 살아나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두 주인공은 극중에서 비극적 사랑이라는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추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온주완은 영류왕의 뒤를 이은 보장왕으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삼촌을 죽이면서까지 차지한 왕위에서 보여지는 광기는 드라마에 긴장감을 부여해주었고 이것은 드라마에 희망이 되어주었다.
사실 온주완의 활약은 정말 예상밖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개소문의 쿠데타가 끝이나면서 당연히 드라마의 중심이야기는 김옥빈이 연기하는 무영과 엄태웅이 연기하는 연충의 엇갈리는 운명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물론 드라마는 그러했다고 할 수 있다. 연충은 어떻게든 공주를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아버지와 연을 끊고 공주를 찾아나서지만 무영에게 연충은 원수 중 하나에 불과한 상황이었고 이러한 구조 속에서 나름대로 이전보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강조되는 것 같았다. 당연히 평양성에서의 이야기 같은 경우 쿠데타를 성공한 연개소문의 피비릿내나는 숙청같은 것이 그려질 것이라 예상했고 드라마는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보장왕의 경우 정말 의외라고 할 수 있었다. 일종의 선입견일 수도 있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보장왕의 경우 연개소문의 꼭두각시라는 이미지만 이 존재한다. 연개소문이 쿠데타의 중심이고 보장왕은 어디까지나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은 매우 일반적인데 드라마는 그것을 과감하게 뒤엎어주었다. 연개소문의 쿠데타를 통해 왕위를 차지한 보장왕은 한낱 꼭두각시가 아니라 숨겨둔었던 야심을 가진 인물이었던 것이다. 온주완은 이러한 보장왕의 모습을 정말 강렬한 카리스마로 살려주었다. 최민수에게 밀리지않는 온주완이 카리스마는 정말 깜짝 놀랄만 했다. 어디까지나 드라마에서 조연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보여준 기대이상의 존재감은 의외성때문에 더욱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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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 온주완의 연기가 제대로 폭발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보장왕이 이제 왕위를 차지하고 그래도 혈육의 정때문에 영류왕과 태자의 시신을 수습한 것을 따로 챙기는 순간부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왕위를 차지했지만 피로 물든 왕위인만큼 불안함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온주완은 보장왕의 이러한 불안함과 광기를 제대로 표현을 해주었다. 영류왕의 환청이 들리고 그러한 환청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보장왕의 모습은 어쩌면 연개소문보다 더 무서운 인물로 보장왕을 그려줄 수가 있었다. 온주완은 이런 보장왕의 감정을 제대로 글주고 광기에 시청자들마저 사로잡힐 것 같은 느낌을 가지도록 해주었는데 정말 이러한 부분은 기대 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섬뜩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드라마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였다. 그리고 광기어린 보장왕의 모습을 통해서 온주완은 특별출연이었던 김영철의 빈자리를 확실히 메꿔주었는데 연개소문과 대립을 하는 보장왕의 모습은 이전에 영류왕과 연개소문이 대립을 하던 것과는 또다른 긴장감을 주지않을까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연충과 무영의 이야기의 경우 긴장감이라는 요소보다는 애틋하고 애절한 감정이 더 중요한 상황에서 사극이라면 어느정도 기대하게 되는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부분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온주완이 제대로 존재감을 터뜨려주고 연기력을 폭발시켜주면서 드라마는 더이상 루즈해지지않을 수 있었다.
분명 온주완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느낌은 분명 없던 배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민수나 김영철과 같은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것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심지어 주인공보다 더 존재감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의 모습은 정말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엄태웅이 연기를 못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설정과 연출의 문제로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주완은 연기력을 폭발시킴으로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인식시킨 셈이었다. 그야말로 온주완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현재 상황에서 칼과 꽃이 종영을 해도 유일하게 남는 것이 바로 이부분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주인공을 뛰어넘는 존재감이라는 것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칼과 꽃 같은 경우는 어떻게든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좀 살아나야 하는 상황인데 그것이 안되면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는 주인공들의 문제보다는 연출의 문제가 큰 상황인데 그 상황에서 그래도 시청자들이 한번이라도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흡입력을 누구라도 보여준다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현재 드라마가 워낙 늘어지는 진행이고 그래서 시청자들이 매우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상황인데 한순간이라고 온주완이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드라마가 이제 어떻게 진행되어야할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칼과 꽃은 9회까지 방송이 되었다. 그런데 9회까지의 내용이라고 해도 사실 4회분 정도로 줄여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라는 것은 왜 드라마가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사극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과 제작진이 추구하는 방향이 너무 다른 것인데 분명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이 최소한의 성과는 가져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본다. 아무리 화려한 영상이나 시각적인 배치를 보여준다고 해도 드라마의 핵심은 스토리인데 현재 칼과 꽃은 이부분이 너무 약하다. 어제 방송에서 온주완이 광기어린 연기로 드라마에 긴장감을 겨우겨우 부여한 상황에서 반드시 이러한 긴장감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드라마의 중심이야기는 무영과 연충의 안타까운 사랑이다. 하지만 그 안타까운 사랑이 너무 가라앉은 분위기로만 진행이 된다면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아닌 1시간자리 다른 영상을 보는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영류왕의 죽음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조금은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이부분만 해결이 된다면 분명 칼과 꽃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오늘 방송에서는 기세를 이어가주길 바란다. 물론 두 드라마가 종영을 하는 시점이기때문에 주목을 받기 힘들 수도 잇지만 그럼에도 오늘 방송에서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살아난다면 다음주는 또 다른 결과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럼 오늘 방송을 기대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