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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프로그램

기황후, 비웃음밖에 나오지않았던 제작진의 역사왜곡 발빼기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논란을 가져왔던 드라마 기황후가 드디어 어제 첫방송을 했다. 많은 논란이 있었던 만큼 화제성은 정말 확실했는데 역사왜곡 논란이 만약 의도된 노이즈마케팅이라고 한다면 최고의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과연 기황후라는 역사적 인물을 제목으로 사용을 하면서 얼마나 판타지를 만들것인지가 궁금할 지경이었는데 첫방송을 보고서 든 생각은 정말 봐서는 안되는 사극이다라는 결론이었다. 드라마 자체의 재미는 분명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상도 화려하고 스케일도 상당히 큰 편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름 괜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극이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새로운 판타지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매우 심각한 역사왜곡의 현장이라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극은 역사 교과서보다 더 파급력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과연 기황후를 보고서 사람들이 어떻게 이부분을 생각해보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할 지경이었다. 물론 제작진은 나름대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비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그리고 드라마가 방송하기가 무섭게 호평을 남발하고 역사왜곡 논란을 지웠다고 말하는 몇몇 인터넷 신문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기황후 제작진이 역사왜곡논란으로부터 벗어날 구멍을 만든 것은 오직 드라마가 시작할때 3초간 나온 자막 뿐이었다. 기황후를 모티프로 해서 가상의 인물들과 함게 가상의 이야기라는 형태로 제작진을 시청자에게 알렸는데 그야말로 생색내기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시청자들 중 첫장면부터 보는 시청자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딱 한번 이러한 안내가 나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저 자신들은 이것을 가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왜곡이 있어도 그냥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라 다를 것이 없었다. 이마저도 처음부터 보는 시청자에 한정이 되는 것이었고 첫 안내장면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은 역사왜곡이든 뭐든 알아서 생각하라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방기해버린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제작진은 아직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인식하지 못한 것만 같았다. 시청자들의 불만은 가상의 이미지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다. 많은 퓨전사극들이 가상의 인물과 가상의 이야기로 사랑을 받았기때문에 이부분에서 문제가 되지않는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가상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를 하고 어디까지나 모티프라면서 왜 굳이 기황후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가이다. 가상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가상의 인물이 중심이 되어서 중간 중간 역사적 인물의 등장으로 시대감을 살리는 것인데 드라마 기황후는 이것이 완전히 바뀌었고 이때문에 더 많은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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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확실한 것은 정말 기황후의 이야기는 완전히 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이야기로 정말 흥미 위주의 드라마였다. 사극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는데 옛스러운 복장과 말투 그리고 무대를 이용한다고 해서 사극인 것은 아니기때문이었다. 기황후가 황후의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이 드라마 초반의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 어제 방송에서는 기황후가 공녀로 차출되었다가 빠져나와서 남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부분에서 드라마는 기황후의 안타까운 처지나 다른 공녀들에 대한 배려와 같은 것만을 강조하려는 모습이었다. 자주적인 모습으로 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시련과 극복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았는데 피식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분명 기황후는 공녀 출신이었는데 그녀의 집안은 한미하다고는 할 수 없는 집안이었다. 아버지는 관직에 있고 종조부는 고려 왕실의 부마였다. 즉 이미 어느정도 세력이 있는 집안이었던 것인데 드라마에서 공녀로 차출되는 기승냥의 모습은 가장 하층민의 모습이었고 그야말로 극적인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허구라고 할 수 있었다. 아버지를 잃어버린 설정인데 일단 웃어야했다. 물론 드라마는 그토록 이것의 가상의 이야기임을 강조하니까 그러려니 넘어가야하는 부분이었다. 과연 기황후가 저말로 원에 대한 적개심을 가졌는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드라마 속 기승냥은 매우 자주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실제와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인물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가상이라고 하지만 사실에서 결코 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드라마 기황후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보여진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가상이라고 주장을 해도 기황후라는 이름자체가 가상이 아니고 시대적 배경이 분명한 상황에서 가상이라는 명분으로 모든 것을 넘어가려는 제작진의 모습은 정말 용감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누가봐도 가상의 인물이라고 나온 왕유가 누굴 그려내는 것인지를 모두가 알만한 상황에서 그것을 어떻게든 가상의 인물인척 만들려고 하니까 드라마가 허무맹랑해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주요인물이 가상의 인물이었다면 발생하지도 않을 문제를 어떻게든 기황후라는 표현을 써야되니까 문제의 초점을 충혜왕에만 돌리려고 제작진은 노린 것 같았는데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인 셈이었다. 드라마의 주요인물이 기승냥, 왕유, 타환, 타나실리인데 여기서 왕유만을 제외하고는 역사적 인물이고 그런 만큼 왕유도 자연스럽게 당시의 고려왕인 충혜왕으로 귀결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가상이니까 역사왜곡을 더이상 언급하지 말라고 말하는 제작진은 드라마가 처한 심각한 모순에 대해서 전혀 생각이 없는 듯하였다. 어떻게든 화제가 되고 인기만 끌면 되니까 그대로 강행을 하는 것인데 국민 수준을 아주 낮게 평가한 모습이었다.


과연 앞으로 기황후가 어떤 결과물을 거둘지는 여러가지로 기대가 된다. 아무리 여론이 안좋더라도 시청률은 좋게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황후라는 드라마는 시청률과 별도로 나쁜 드라마라는 평가를 해두고 싶다. 모든 사극은 필연적으로 역사가 조금씩 왜곡될 수 있고 허구의 이야기도 첨부가 된다. 하지만 큰 틀은 분명 역사를 따르는데 기황후는 아주 새로운 형식이다. 제작진은 드라마가 가상의 이야기임을 강조하여 살작 발을 뺐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이것을 실제로 느끼길 원할 것이다. 정말 뻔뻔하다고 밖에 말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여러가지 의미로 하지원과 주진모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제 방송을 보면 분명 두 배우는 매우 뛰어난 배우라고 할 수 있었다. 극을 재밌게 이끌어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지만 결국 영혼은 없는 배우인 것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스스로 증명을 해보이고 있는 셈이다. 연기 스킬은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영혼은 아주 빈약한 두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로 씁쓸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기황후가 처참한 시청률 속에서 조기종영을 하거나 아니면 스토리가 바뀌어서 납득이 되는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는 쉽지않을 듯하다. 아마 기황후에 대한 리뷰는 이번 한번으로 끝일 듯한데 혹시나 드라마의 스토리가 변하게 되면 또한번 리뷰를 작성하고자 한다. 그럼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