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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프로그램/계백

계백, 막장이 되어버린 사극 그리고 해도해도 너무한 겁탈장면





무사 백동수가 종영을 하면서 이제는 시청률 1위를 노려봐도 될 상황을 맞은 드라마 계백. 23화가 방송되었던 어제는 그런 타이밍을 노린 것인지 무척이나 자극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마치 아침드라마에서나 봄직한 막장스토리가 아주 활짝 꽃피는 듯한 모습은 보면서 어이가 없어지도록 만들었다. 더 이상의 막장 사극은 없다는 것을 보여줄려고 한 것인지 어떻게 보면 그간 사극에서는 보기힘들던 모습을 정말 열심히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미 지난주에 의자가 은고를 얻기 위해서 계략을 꾸미고 비열해지는 모습에서 어느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지만 방송된 내용은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고 시청자로 하여금 더 이상 드라마 계백에 무엇을 기대해야할지 의구심이 들도록 만들어주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듯이 현재 계백은 사택비와의 정치적 갈등이 끝나고 나니 인물간의 애정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정이라는 부분을 통해서 인물간의 갈등을 만들어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부분만 너무 부각되다보니 일반적으로 드라마를 처음봤을때 계백에 기대했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이미 애정갈등에 초점이 맞춰진 이상 그 갈등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고 어제 방송은 그 갈등해소를 정말 너무나도 극적으로 만들면서 계백을 막장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은고를 둘러싼 두 인물, 게백과 의자의 갈등은 현재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요소였는데 이 갈등 속에서 계백도 너무나도 찌질해졌고 의자도 드라마 초기에 기대했던 재평가따위는 없는 그냥 악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은고가 하옥되고 계백, 은고, 의자, 그리고 태자비 이렇게 4명의 인물은 계백을 한편의 치정극이자 막장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첫 스타트는 태자비인 연태연이었다. 연태연을 연기하는 한지우의 답답한 발연기는 둘째 치더라도 연태연은 훗날 한 나라의 국모가 될 인물로는 안어울리는 옹졸함을 선보여주었다. 성충과 흥수가 은고를 구할려고 방법을 궁리하고 있자 그들의 면전에서 이를 따지고 드는 연태연의 모습은 단순히 은고가 사택가를 다시 끌어들인 것에 대한 원한보다도 의자를 빼앗기는 부분에 대한 질투가 더 커보였다. 지난 몇회분의 방송에서 계속 이런 모습이 나왔기때문에 연태연의 모습은 너무나도 옹졸했다. 현재 드라마 계백 속 상황이 그들의 윗대인 무진과 사택비, 무왕, 선화왕후의 상황가 비슷한데 연태연은 매치가 되는 선화왕후와는 너무나도 다른 옹졸함을 보이고 있었다. 은고가 당연한 선택을 한 것처럼 만들도록 연태연이 너무 옹졸한 모습이 되는 듯했다. 거기다 은고가 의자의 계책을 받아들이도록 만든 모습은 결국 모든 책임이 은고에게는 없다는 면죄부를 주려는 제작진의 생각이 엿보이는 듯했다. 그런 생각때문에 연태연은 현재 드라마에서 가장 악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은고는 주인공이다 보니 최대한 선한 인물이 되어야하고 그러다보니 흔히 막장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불륜녀의 역할을 졸지에 연태연이 하고 있는 셈이었다. 거기에 발연기까지 더해지는 더이상의 비호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연태연은 일종의 주변인물이니까 비중은 적었다. 진짜는 바로 의자와 은고, 그리고 계백의 삼각관계였다. 애초에 은고의 하옥부터가 의자의 계획이었던 상황에서 의자는 은고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용종을 잉태했다고 이야기하라고 말을 한다. 분명 확실한 방법이었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한없이 치사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연적이라 할 수 있는 계백을 이기기위해서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에서 쐐기를 박는 모습은 정말 유쾌하다고 할 수가 없었다. 형을 집행하려는 순간 최적의 타이밍에 의자는 은고를 구해주었는데 미리 어의를 포섭하는 치밀함까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충격을 받은 계백에게 오히려 너는 무력했다며 지금 은고를 취하는 자신의 당위성을 설명할때는 정말 아찔하다고밖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오직 여자 한명때문에 모든 관계가 흐트러지는 둘의 모습을 보면 특히 변해버리는 의자의 모습을 보면서 드라마가 뭔가 재미는 있는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사극을 보면서 얻는 재미와는 다른 재미, 뭔가 뒤가 찜찜한 재미를 계백은 선사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계백이 은고에게 마지막 부탁 비슷한 것을 할때 그 모습을 목격하고 한마디하는 의자의 모습이 그렇게 치사해보일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등을 운운하면서 계백과 은고가 도망치려는 계획을 좌절시키는 모습은 헉소리가 나왔다.


또한 살아남기 위해서, 연태연에게 복수를 하기위해서 의자와 은고는 결국 혼인을 하게 되는데 혼례를 치루는 동안 보여진 계백의 모습은 정말 저사람이 백제의 영웅인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초라했다. 방구석에 쭈그려 앉아있는 모습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계백의 인간적 모습을 나타내기 위한 장치일수도 있었지만 너무나도 초라하고 불쌍했다. 은고를 빼앗겼다는 충격이 클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미 아버지의 죽음등에서 충격을 겪어봤던 계백인데 전혀 발전된 모습이 없었다. 차라리 의자에 대한 분노와 은고에 대한 배신감을 강하게 보이면서 날뛰어야 되지않았을까 싶다. 가만히 방구석에 쳐박혀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그동안 계백이 보여준 인물과는 달라보였다. 은고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좀더 부각시킬려는 의도였겠지만 너무나도 비참해보였고 계백답지가 않았다. 뭐 그래도 계백은 어디까지나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이는 상황이었기에 이런 모습이 동정심을 얻을 수도 있었고 시청자에게 조금이나마 공감이 갈 수 있었다. 그저 의자의 경악스러운 행동에 시청자들이 분노해서 계백도 분노하길 바랬던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애정관계보다 어제 더욱 충격적인 장면은 바로 의자가 은고를 겁탈할려는 장면이었다. 혼례를 치루고 첫날밤 의자는 은고의 진심을 또한번 확인해본다. 은고는 의자에게 존경 그이상의 감정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에 분노한 의자는 은고를 겁탈하려고한다. 상당히 자극적인 장면이었다고 볼 수 있었는데 의자의 행동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않는 은고때문에 결국 의자는 포기하고 방을 나간다.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 거 같았는데 과연 이 겁탈장면이 필요했을까하는 생각은 드라마가 끝나고나서도 계속되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성폭행과 성폭력에 민감한 이때 굳이 필요한 장면이었을까? 분명 자극적이었고 은고역의 송지효가 아주 약간이나마 노출을 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슬픈 결혼을 한 은고를 보여주기 위한 장면치고는 너무 자극적이었고 드라마를 진정한 막장의 반열에 오르게 해주었다.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밑바닥을 보여준 의자는 겁탈장면을 통해 구제불능의 인물이 되어버렸다. 백제의 마지막에 성군으로 칭해지던 시기가 있던 의자인데 지금 모습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성군의 가능성은 없었다. 그저 삼천궁녀를 거느리고 나라를 말아먹은 멍청한 왕의 모습만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겁탈장면이라는 너무나도 강한 수를 써버린 제작진이기에 이제 또 어떤 충격적인 장면이 또 나올지 걱정도 된다. 이제 못나올 장면이 없는 상황이기때문에 또 어떤 충격을 시청자에게 주면서 방송 역사에 길이남을 막장 사극을 만들어낼지 무척이나 두려울 따름이다.


예고에서는 좀 더 시간이 지난 시점을 보여주었는데 후비가 된 은고의 모습과 여전히 은고때문에 갈등하는 계백과 의자왕의 모습이 보여졌다. 더이상 의자에 대한 충정이 아닌 백제에 대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듯한 계백의 모습이 인상적이기는 했는데 문제는 의자가 왕이 되고서도 여전히 은고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극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잇는 상황에서 여전히 은고를 중심으로 한 애정문제가 갈등의 중심이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슬슬 갈등이 외부로 돌아가서 백제와 신라의 갈등이 보여져야 할 시점일 것이다. 계백의 마지막이라 할수있는 황산벌전투를 향해서 드라마가 진행될 것인데 갈등구조도 이에 맞추어서 조금은 이동되어야할 것이다. 근데 예고편에서 또하나 눈여겨볼수 있던 것은 초영과 용수 등이 갑옷을 입고 계백진영에 있던 것이다. 특히 초영이 계백에게 있는 모습은 무엇인가 의미가 있지않을까 생각이 된다. 은고의 호위무사였던 초영이 은고곁이 아닌 계백 곁에 있는 상황은 분명 무언가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게한다. 그리고 나름 계백을 연모했던 초영인데 과연 초영이 계백 부인이 될지도 알수있는 부분이 아닐가 생각해본다. 어쨌든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가있는 계백의 모습이 그나마 드라마가 재밌어지지않을까, 사극다워지지않을까 생각을 하게해주는데 이런 기대를 가지고 한번 오늘의 방송을 지켜보아야할 듯하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무사백동수가 종영한 만큼 계백은 좀더 나은 시청률을 보이겠지만 그 시청률때문에 계속 막장으로 가지않았으면하는 마음으로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