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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이야기

걸스데이의 I`ll Be Yours, 섹시컨셉 컴백이 영리한 이유


트와이스, 레드벨벳, 여자친구 등을 중심으로 하는 근래의 걸그룹은 부르기에 따라서 3세대 걸그룹이라고도 하고 4세대 걸그룹이라고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그룹들을 3세대 걸그룹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3세대냐 4세대냐의 문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데뷔한 걸그룹들의 정체성 문제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부분에서 걸스데이는 매우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2세대 걸그룹이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2세대 걸그룹들이 하나 둘 해체를 하고 해체를 하지 않아도 활동이 뜸하고 점차 영향력이 작아지는 상황에서 걸스데이가 컴백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만했다. 어느덧 데뷔 8년차인 걸스데이는 2015년에 활동을 하고 거의 2년만에 컴백을 했고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컴백을 할지 상당히 궁금했다. 걸스데이의 입지를 완전히 바꾼 혜리의 애교는 비록 2014년에 있었지만 그 이후 걸스데이는 바뀐 입지 위에서 더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만큼 대중의 관심도는 상당히 클 수 밖에 없었다. 후배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탄탄하게 다져진 팬덤과 대중적 입지로 아직 2세대 걸그룹의 시대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공개되는 티저나 라이언전이 타이틀곡을 담당한다는 소식들은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정식으로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고 쇼케이스가 진행되었다. 걸스데이가 선택한 것은 섹시였다. 3년전에 걸스데이가 Something으로 컴백을 했을 때 필자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이미지 소모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안좋은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걸그룹이 한번 섹시컨셉을 선택하는 순간 다른 컨셉을 선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기때문인데 섹시컨셉을 시도했던 걸그룹들이 이후 다른 컨셉으로 성공한 적은 사실상 전무했고 이때문에 부정적이었다. 근데 걸스데이는 그야말로 유일한 케이스를 만들어버렸는데 Something 이후에 발표한 달링이나 링마벨의 경우 섹시를 컨셉으로 내세운 곳이 아니었고 그럼에도 걸스데이는 보란듯이 성공을 했다. 이는 2014년을 기점으로 걸스데이가 대중적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쌓고 그 과정에서 보여진 건강한 이미지와 유쾌함이 있었기때문이었다. 그런데 다시금 섹시를 컨셉으로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은 모순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전에 섹시컨셉을 했을때는 비난을 하다가 왜 이번에는 칭찬을 하느냐할 수 있는데 걸스데이가 이전에 한번 컨셉전환을 상당히 잘했다는 점도 그렇고 거기다 환경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점도 고려해야만 한다.




걸그룹의 특성상 특정 시점에 컴백이나 데뷔가 몰리게 되어있고 이때문에 걸그룹대전은 매우 심심치않게 발생한다. 걸스데이가 컴백한 이 시점도 걸그룹 대전이라고 하는데 물론 이게 몇차 걸그룹대전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걸그룹 대전에 참가한 걸그룹들의 면모를 보면 걸스데이가 매우 영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일단 당장에 따오르는 걸그룹이 트와이스와 여자친구이다. 여기에 IOI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구구단과 프리스틴이 있다. 또 러블리즈와 곧 컴백 예정인 오마이걸도 있다. 이 그룹들의 특징은 전부 3세대 걸그룹이라는 점이고 아직 그룹의 연차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리고 그나마 프리스틴이 다른 걸그룹보다는 좀 더 강한 이미지가 있지만 신인이라는 특성상 컨셉이라는 측면에서 한계선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자친구의 경우도 나름 이번에 컨셉변화를 시도했지만 이전까지가 워낙에 소녀스러움을 강조했던만큼 파격적인 변신은 불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걸스데이는 경쟁자들이 절대로 선택할 수 없는 섹시 컨셉을 들고 나온 것이다. 물론 달링이나 링마벨에서 보여주었던 컨셉으로 컴백을 해도 비슷한 컨셉을 선택한 여자친구나 프리스틴, 구구단에게 걸스데이가 밀리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아예 경쟁자가 없는 상황은 또 다른 것이다. 경쟁자들이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걸스데이는 매우 선명한 자신들만의 모습을 보여줄 찬스를 만들어 낸 셈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영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대중들의 예상을 깨버린데에 있다. 이전 활동도 그렇고 드라마나 예능등에서 개인 활동을 했을때도 그렇다. 걸스데이는 꾸준히 2015년부터 컴백직전까지 유쾌하면서 편안한 이미지를 주고 이를 기반으로 호감을 쌓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뻔하게 밝은 느낌만으로 가면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승부수를 내기에 이만큼 좋은 상황이 없다고 할 수 있었고 걸스데이의 도박은 제대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당장의 음원성적은 1위를 찍기 힘들 수도 있다. 음원깡패인 아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힘들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이번 이미지 변신이 걸스데이의 생명력을 상당히 늘려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 섹시컨셉의 활동이 끝나고 다시 개인 활동을 하게 될 때 이미지 변신이 자유롭다는 점은 장점이 될 것이다. 얼마전까지 음악방송에서 보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 갈 수 있다는 것은 현재 3세대 걸그룹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걸스데이가 이부분에서 그 어떤 걸그룹보다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컴백은 상당히 영리한 선택이라 확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