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이라는 드라마는 상당히 이상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중간정도에 위치하는 드라마이다보니 독특한 재미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말 재밌는 사실은 주인공보다 눈길이 가는 인물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이다. 이는 드라마를 다채롭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드라마가 이리저리 흔들릴 수도 잇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중반에 접어들지도 않은 상황이기때문에 이러한 다채로움은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물론 현재 눈에 띄는 인물들도 드라마 중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는 않은 인물들이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주인공은 아니다. 예를 들어 김유빈이 연기하는 최랑이라는 인물은 최원의 모든 행동을 설명하는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을 주도하는 인물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조달환이 연기하는 덕팔도 분명 세자 독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부분에서 윤진이가 연기하는 소백이라는 인물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동욱이 연기하는 최원과 송지효가 연기하는 홍다인이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상황에서 소백은 최원을 짝사랑하며 삼각관계 아닌 삼각관계를 만들어주고 잇다. 그리고 이과정에서 보여주는 윤진이의 매력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실 윤진이가 하는 소백의 연기가 매우 만족스럽지는 않았다는 점부터 언급을 하고 싶다. 아무리 퓨전느낌이 있는 드라마이지만 기본적으로 사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윤진이의 사투리 연기같은 부분은 잘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뭔가 전체적으로 혼자 방방 뜨는 느낌이었고 그것이 문제가 되지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윤진이는 사투리라는 부분은 하나의 무기로 잘 만들었고 자신이 가지고 잇던 매력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신사의 품격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애교를 천명에서도 느낄 수가 있던 것인데 여기서 사투리가 한몫하고 잇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사극풍의 사투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에서 거슬리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되어주는 것을 생각하면 윤진이의 사투리 연기는 무척이나 영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드라마가 무거운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소백이 나오는 부분이 조금이나마 그런 분위기를 완화시켜주는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극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는 거 같다. 생기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에 시청자들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도 있는 분량에 아쉬워하고 더 많이 등장하기를 바라는 상황인데 윤진이의 매력이 확실히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 같다.
사실 소백이라는 인물은 그저 도적패 우두머리의 딸로만 나올때는 지금같은 매력이 없엇다. 그냥 왈각닥이고 생기가 넘칠 뿐이었는데 이러한 선머슴같던 인물이 최원에 빠지면서 상당히 재밌어지는 느낌이라 할 수 있었다.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을 전혀 느껴보지 않았을 것 같던 소백이 최원을 마음에 두면서 이상하다고 할 수 잇는 행동들을 하는데 정말 그 모습은 귀엽다고밖에 말이 나오질 않았다. 수요일 방송에서 했던 행동이나 어제 방송에서 훈련 중 보이는 모습은 저리도 짝사랑의 감정을 보일 수 잇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훈련을 하다고 못하겠다고 주저앉아서 머리 속에서 말도둑만 생각난다고 하는 모습은 정말 피식하고 웃음이 나올만 햇다. 소백이라는 인물이 극 중의 다른 여인들과는 다른 느낌을 보이는데 약간은 거칠다고 할 수 있던 인물을 이렇게까지 사랑스럽게 바꾸는 윤진이의 능력은 확실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비록 연기력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윤진이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아주 잘 활용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할 수 있는데 윤진이의 애교만점 매력은 메인 러브라인과는 또다른 느낌을 줄 수 잇는 것 같다. 물론 바로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을 전혀 신경 안쓰는 무신경함을 연기하는 모습까지 윤진이는 자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소백의 매력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분량이 너무 적다는 느낌이었다. 드라마의 중심무대가 산채가 아닌 궁중이 되어있는 상황에서 소백이 나오기는 상당히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최원의 도망 생활이 그렇게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가면 산채에서의 이야기도 상당히 많이 나올 것이고 그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소백의 등장빈도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한없이 진지하고 무거워지는 상황에서 소백과 같이 그 분위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인물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 특히 윤진이가 회를 거듭할 수록 연기도 향상되는 상황이기때문에 여주인공보다 더 여주인공 같은 분량을 보여주지않을까도 기대해본다. 서툰 사랑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소백인데 최원이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서 반드시 덕팔을 살려야하기때문에 벌침으로 얼굴을 망가뜨리는 것을 옆에서 보고 걱정을 하는 모습은 일단 감정이라는 부분에서 확실히 잘 살아있었고 이러한 감정선을 기반으로 하는 연기는 단순히 귀여운 부분만이 아니라 이후 조더 애절한 모습을 그리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진이가 점차 연기력이 살아나고 있으니 천명의 러브라인이 팽팽한 긴장감을 강화하는 용도로 삼각관계가 잘 살아날 수 있지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분명 천명이라는 드라마는 재밌는 드라마이다. 궁중의 암투를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극의 긴장감은 극대화 되어있고 그 와중에도 인물들의 묘한 감정은 시청자들에게 설레임을 준다. 하지만 여기서 모든것이 끝이라면 현재와 같이 애매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할 것이다. 천명의 부제가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인 상황에서 사실 아직 도망과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궁중 암투가 더 비중이 컸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좀 더 본격적으로 도망이 중심이 되어주길 바래본다. 도망이 중심이 되었을 때 윤진이가 지금과 같이 애교만점을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더욱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어제 보여준 서툰 사랑의 가정은 윤진이만이 보여줄 수 잇던 최고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배우들의 연기나 스토리나 연출이나 뭐하나 빠지는 것이 없지만 뭔가 2%부족한 느낌의 천명인데 부디 다음주에는 그 부족한 부준을 채워서 혼전이라 할 수 잇는 수목극을 완전히 평정하길 기대해보겠다. 다음주면 딱 절반이 방송된 상황인데 부디 다음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면서 그럼 이만 글을 마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