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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프로그램/총리와 나

총리와 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애매한 드라마의 정체성




드라마 총리와 나는 나름 화려한 출연진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자 하였다. 비록 기황후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시간대이기는 했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이범수와 윤신윤이라는 두 남자 주인공은 흥행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윤아 또한 연기돌의 대표로 홍보라는 측면에서 마이너스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코믹스러운 분위기는 월요병에 힘들 수 있는 시청자들에게 어필이 될 수 있다. 또한 약간 엇갈린 듯하면서 펼쳐지는 윤아와 윤시윤의 러브라인도 젊은 여성들에게 어필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정작 총리와 나의 시청률은 매우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조금은 해볼 필요가 있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드는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력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총리와 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라는 부분에서 문제를 찾기는 힘들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고도 할 수 있는 윤아도 이제는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를 잘 소화하고 있고 이범수는 언제나처럼 상황에 딱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케미가 문제일까? 분명 이범수와 윤아의 조합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총리와 나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제로 윤시윤이 존재해서 문제가 되질 않는다. 사실 현재 총리와 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드라마 장르의 정체성 문제이다. 이도저도 아닌 정체성때문에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을 하질 못하고 이것이 현재 저조한 시청률의 핵심인 것이다.



총리와 나의 장르는 분명 로맨틱 코메디이다. 특히 코믹이라는 부분이 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제작진이 스토리에서 뭔가 하나를 더 추가했는데 그것이 바로 정치이다. 엄연히 남자 주인공이 총리라는 위치에 있는 상황이다보니까 정치라는 부분이 언급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비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말해서 너무 과하게 정치라는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 현재 총리와 나의 가장 큰 문제이다. 정치라는 측면과 계약결혼이라는 측면이 너무나도 분위기적으로 다르다보니까 그 괴리가 너무 심해서 시청자들이 어느장단에 맞출지 몰라서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분명 정치와 로맨틱 코메디는 충분히 결합이 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최고의 명작 로맨틱 코메디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러브액츄얼리에서 휴그랜트의 에피소드는 그 실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 에피소드가 코믹과 진지함의 중간 지점에서 이루어졌기때문이다. 융합이 가능한 수준에서 이야기가 되었던 것인데 현재 총리와 나는 그것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다. 웃긴 부분은 확실히 웃기기 위해서 나가고 정치 부분의 이야기는 너무 심각하다보니까 중간 지점을 형성하기가 너무 힘들고 그러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드라마가 되어버리고 있다. 마치 두개의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데 이것은 아무리 이범수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어도 수습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어제 방송의 경우 이 간극이라는 것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범수가 윤아와 있을 때는 로맨틱 코메디이지만 그것이 아닐 때는 정치극으로 변모를 하였고 분위기는 정말 널뛰기를 하였다. 류진이 연기하는 박준기와 이범수가 연기하는 권율이 대립을 하는 부분은 매우 심각하고 그 장면만을 본다면 정말 강렬하였다. 예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립이기때문에 정말 스케일이 크다고 할 수도 있었고 정치극이라면 정말 선호했을 장면이었다. 마찬가지로 권율이 폐사한 물고기들을 살펴보고 지시를 내리는 장면도 그 장면만을 본다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범수가 원체 연기를 잘해주기 때문에 그 카리스마라는 것이 빛이 난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전후 장면이었다. 예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립 전에 총리와 나에서 보여준 장면은 윤아가 연기하는 남다정과 권율이 계약 결혼을 위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모습이었다. 단순히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계약에 따른 장면들도 그려주었고 이 장면들은 사실 웃음이라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박준기와 권율의 대립은 뭔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물고기 폐사의 문제도 그 직전에 남다정과 권율의 손이 순간접착제로 붙은 상황이 그려져서 문제였다. 실컷 웃겨놓고 갑자기 무게를 잡는 꼴이었으니 시청자들이 제대로 몰입을 못한 것이다. 차라리 쭉 코믹으로 가거나 아니면 아예 무게감을 전반적으로 더 주었다면 모를까 현재 상황에서는 두편의 드라마를 그냥 겹칠 꼴이었다.


이러한 총리와 나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우스개 소리로 하는 한국드라마의 특징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 한국드라마는 의사가 나오면 의사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이고 변호사가 나오면 변호사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드라마들을 비판하는 말이라 할 수 있는데 총리와 나 제작진은 이부분을 너무 과하게 의식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총리와 나에 그 누구도 총리가 사랑하는 이야기라고 비난을 할 것이 아니었고 드라마의 핵심자체가 그 부분에 있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총리라는 모습을 부각시키려다보니까 이상하게 드라마가 이질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정치라는 부분이 피상적인 부분과 심층적인 부분이 있는데 아무래도 피상적인 부분만이 이야기가 되고 그러다보니 정치부분은 불필요하게 무게만 잡는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주는 것이다. 확실하게 한쪽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다면 드라마는 한층더 몰입이 되었을 것이다. 애초에 코믹으로 길을 잡은 상황에서 정치부분도 조금은 가볍게 가면서 그저 극과 극의 직업을 가지고 상황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만남이 가지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회가 거듭될 수록 시청자들이 호응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박준기가 점점 더 악랄해져갈 상황에서 그러한 부분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져가는 것 같고 시청률은 더욱 떨어지지않을까 예상을 해본다.


분명 총리와 나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것에는 기황후의 영향도 있다. 원체 기황후가 시청률이 탄탄하고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와 나가 시청률을 높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로맨틱 코메디는 로맨틱 코메디 나름대로 고정적인 시청자층이 있는 것인데 총리와 나 제작진은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뻔하지 않은 드라마를 만들까 고심을 하다가 그야말로 제대로 검토를 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로맨틱 코메디와 정치극의 퓨전이라는 이상한 결과물을 내놓고 말았다. 드라마가 기승전결 구조를 가진다고 하면 현재 총리와 나는 분량이라는 측면에서 기부분까지 이야기가 되었고 다음주면 승 부분이 전개될 것이다. 계약결혼이 시작되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인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 시점에서 드라마는 확실하게 정체성을 살려야할 것이다. 현재 분위기에서 진지한 정치극으로의 변신은 힘든 만큼 최대한 웃음이라는 부분에 포인트를 맞추어야하지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상황자체가 웃음을 만드는 상황에서 굳이 제작진이 안어울리는 것을 막 추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주를 기대해보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