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영 프로그램/계백

계백, 질투에 눈이 멀어 독재자가 된 의자왕 공감하기 힘들어



용두사미라는 표현이 이토록 잘맞아 떨어질만한 드라마가 또있을까? 대한민국이 사극열풍이었건만 홀로 그 열풍에 합류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드라마 계백은 회가 진행되면 될수록 시청자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처음에 드라마가 시작되었을때 기대했던 드라마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실망을 할 수밖에 없는데 사극이기에 당연히 결말이 정해졌음에도 후반부가 이토록 흐지부지하다는 것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물론 끝이야 황상벌 전투와 백제 멸망이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는 느낌이다. 드라마가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드라마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계백이 존재감을 보여주지못하고 있는 것이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이라 생각을 하게된다.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천일의 약속이 김수현작가의 작품이라는데에서 이미 충분히 먹고 들어가지만 일단 수애와 김래원의 존재감이 확실해서 재미가 있는 부분도 있다. 현재 계백은 주인공이 계백이 아니라 의자와 은고인 상태로 20회정도가 진행되어왔고 이것은 시청자가 드라마에 기대한 것과는 많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시청자가 기대한 것은 계백이라는 영웅의 일대기를 보여주면서 선 굵은 사극이 되기를 기대했는데 현재 드라마가 보여주는 것은 그저 어느 사극에서나 흔히 볼 수 있던 정치적 갈등뿐이었다.


그나마 어제 방송부터는 계백이 조금씩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한 듯했다. 계백 중심의 이야기가 어제는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이런 모습은 드라마의 마지막을 그래도 기대해 볼 수 있게 하는 거 같았다. 김춘추의 탈출때문에 만나게 되는 의붓형 문근과의 대결같은 경우 계백의 인간적 고뇌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은고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보다는 더 계백의 인간미를 보여줄 수 있었던 거 같은데 추후 신라와의 결전이 있게 되면 이부분은 또한번 갈등 요소가 되어주지않을까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계백이 그 존재감을 보일 수 있엇던 것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김유신이 다시 등장을 해주었기때문이다.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계백과 김유신이 다시금 만난 상황이었는데 둘의 만남은 백제와 신라의 전면전이 그려질 것이라 예상을 하도록 해주었고 계백이 시청자에게 존재감을 보여줄 때가 점차 다가온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물론 그 처음이라 할 수 있는 대야성전투가 전투장면은 하나 없이 끝난 것은 이전에 가장성전투에서 어이없는 숫자의 보조출연자 동원으로 홍역을 치룬 계백 제작진이기에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작비 문제로 많은 보조출연자를 모을 수 없기때문에 아예 욕 먹을 일을 안만들려는 모습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대야성전투마저 그냥 넘어가는 모습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다 계백의 부인부분도 조금식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아서 계백이 최후의 항전에 앞서 비장함을 보여주는 장면이 서서히 그려질 준비를 하는 듯했다. 가희와 초영 중 누가 계백의 부인이 될지 전혀 갈피를 못잡는 상태로 한참을 지속되어오던 계백인데 지난주부터 차츰 초영이 등장하는 장면이 늘어나고 비록 짝사랑이나마 초영이 계속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 계백 부인은 초영이 되지않을가 생각을 하게만들었다. 어제방송에서는 목비를 볼 면목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게백이 초영을 걱정하였지만 이러한 걱정이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지않을까 생각해본다. 티아라의 해외스케쥴때문에 그 분량이 줄어들었던 초역역의 효민인데 나름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어서인지 다시금 자신의 분량을 되찾고 그 모습이 제작진에게 고민을 안겨준 거 같다. 만약 효민의 연기가 별로였다면 제작진은 당연히 수정된 스토리대로 가희와의 연결을 선택했겠지만 아니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 뭐 더 지켜봐야 스토리는 알겠지만 이런저런 요건을 따져보면 효민이 맡은 초영이 계백 부인이 되지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어제 방송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여전히 계백은 아니었다. 어제 가장 눈에 띈 인물은 바로 조재현이 맡고 있는 의자왕이었다. 의자가 은고를 계략을 통해서 취하고 황제가 된 이후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독재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어제 방송은 그 정도가 더욱 강했다. 백제의 관례라 할 수 있는 정사암회의의 결정조차 무시하여 자신의 결정을 따르라는 장면에서 부터 의자가 갈때까지 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왕권의 강화를 위해서 정사암회의를 폐지를 생각하는 모습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성군이라는 평가를 받던 의자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것 같았다. 현재 계백에서 보여지는 의자의 모습은 그저 독단과 아집에 사로잡힌 폭군일 뿐이기에 과연 이 인물이 백제 마지막 부흥을 주도했던 왕은 맞는가 생각을 하게된다. 그냥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백제 멸망의 원인인 의자로밖에 보이질 않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보여지는 독재자의 모습이 순전히 계백에 대한 질투때문이라는 것이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다. 자신이 그토록 얻고 싶었던 은고의 마음을 얻은 계백에 대한 질투때문에 의자가 독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만약 의자가 실제로 독재자였다하더라도 겨로 그런 이유가 아닐 것이라 생각하기에 공감을 하기 힘들다. 물론 계백이 공을 쌓고 그덕분에 백성들에게 더 칭송을 받는 것이 질투의 한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런 부분보다도 은고때문에 생기는 질투가 더 커보일 뿐이었다. 이는 한동안 이야기가 은고를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로 진행되었기에 생기는 문제일 것이다. 이야기의 연결성때문에 그 갈등이 계속 유지가 되어야만하는데 그러다보니 의자가 계백을 질투하는 이유가 은고때문으로 거의 고정되어버렸다. 단순히 독재자가 아닌 계백만을 견제하고 계백이라는 이름에 과민반응을 하는 의자의 모습은 극적 긴장감을 가져오지만 공감은 얻지 못한다.


대야성전투의 포로들에게 보여지는 의자의 모습도 그냥 폭군일 뿐이다. 김춘추가 백제 황실을 욕보였기때문에 신라인은 다 죽어야한다는 식의 의자의 모습은 광기만이 보일 뿐이었다. 이런 광기때문에 의자와 계백은 대립을 하게되는데 이 모든 것이 은고에 대하여 시청자들이 동정을 해주길 바라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분명 대야성전투에서 김춘추의 딸인 고타소가 죽고 이것이 김춘추가 백제에 대한 분노를 가지게 되는 원인이기는 하지만 과연 의자가 의도적으로 고타소를 죽였을지는 의문인 것이다. 이보다는 일부역사서에 기록되어있는 백제 멸망의 원인 은고에 대하여 시청자가 동정표를 가져야하고 그러면서도 백제의 멸망에 있어서 누군가가 계백과 갈등을 해야하는 상황이기에 이자가 광기어린 행동을 보여준다 생각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업적에 눈이 멀어 서라벌로 공격하는 의자의 모습은 이런 부분은 더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왕자일때 그 누구보다 신중했던 의자인데 왕이 되어서 단지 계백에 대한 질투때문에 이토록 변해버린 것은 납득을 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부족한 역사의 기록이나마 활용하지않고 전혀 새로운 사실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아닐지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럼 부디 제작진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의자를 멀쩡한 인물로 바꾸길 바라면서 이만 글을 마쳐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