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말도많고 탈도 많은 사극인 계백은 단 2회 동안 시청률 1위의 기쁨을 잠시나마 느껴봤지만 바로 천일의 약속에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월화드라마 2위라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극들이 월화나 수목이나 주말이나 전부 시청률 1위를 하던 사극열풍 속에서 홀로 그 열풍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운데 천일의 약속이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라 평받는 김수현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이는 드라마 계백이 보여주던 문제점들 때문일 것이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되었던 것이 전쟁장면이었는데 한국 사극 역사상 가장 웃긴 전쟁장면으로 기억될 듯한 드라마 계백의 가잠성 전투는 어이없는 보조출연자 숫자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제작비의 문제때문에 스케일 큰 전쟁 장면을 사용할 수 없어서인지 그 이후 드라마 계백은 소규모전투 정도만 보여주고 대형 전투는 한번도 보여주질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말로만 하는 전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문제가 있는 전쟁 장면은 드라마 계백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기대감이라 할 수 있는 삼국시대 말기 치열했던 전쟁의 모습을 충족 시켜주지못했고 이것이 시청률로 이어진 듯하다. 또다른 문제는 중후반 이후 비중이 커졌던 연태연 역의 한지우의 연기력이었다. 국어책을 읽는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던 한지우의 연기력은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했고 이것 또한 시청자들이 계백에서 등을 돌리게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제목은 계백인데 계백의 존재감이 너무 작았다는 것이다. 마치 드라마가 은고나 의자라고 지어져야 맞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계백외의 인물이 너무 비중이 컸던 것은 문제였다.
그런데 드디어 28회였던 어제 주인공인 계백이 가장 큰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그나마 드라마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다. 정확히 얼마나 드라마가 남았는지 모르지만 길어야 8회인 상황이라 생각하는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계백이 영웅다운 모습으로 보여진다는 것은 마지막 회라도 다시 시청률 1위를 하고 끝날 가능성을 만들어준 것이다. 계백역의 이서진이 단순히 분량이 늘어서 생긴 존재감이 아닌 스토리 전개상 계백이 확실히 부각될 수 있던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자왕의 어이없는 낙마사고로 신라와의 전면전을 대비 대장군의 직위에 오른 계백은 백제를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위험한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항상 계백이 연개소문같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의자왕이기때문에 대장군의 직위에 계백이 올랐다는 것을 깨어났을때 알면 문제가 될 것을 분명 알지만 백제를 지키기위해서 선택을 한 것이었다. 물론 이때는 성충과 흥수에게 떠밀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런 한걸음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정말 중요했던 부분은 태자책봉과 관련된 부분에서 생겼다. 신라와의 전면전을 막아낸 후 백제왕실은 의자왕의 사후를 대비하여 태자를 책봉하려는 움직임이 생겼다. 흥수같은 경우 왕자의 성향때문에 연태연의 자식인 태를 지지했고 성충도 장자승계의 원칙을 고려하여 태를 지지하기로 하면서 백제 조정은 본격적인 태자책봉문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상황상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백은 중립을 지키기로 하는데 열세에 빠진 은고가 계백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초강수를 두면서 상황이 재밌어졌다. 효가 태자가 되고 왕이되어야만 자신이 계백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의자에게 간 것은 모두 의자의 계략이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은고는 최후의 한수를 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계백이 가지고 잇는 감정을 이용한 셈이었는데 어쨌든 사실이기때문에 진실을 확인한 후 계백은 충격에 빠지고 만다. 그토록 믿었던 자신의 의형제이자 주군인 의자가 은고를 얻기 위한 한 행동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후 계백은 성충과 흥수를 불러 왜 자신에게 진실을 감추었냐며 화를 내며 자신의 칼을 버린다. 더 이상 누구를 위해서 칼을 잡아야할지 모를 혼란이 계백에게는 이었던 것이다. 딱 여기까지라면 계백은 그동안 보여주던 찌질한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인 은고와 의자가 혼례를 치르던 날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계백의 모습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계백은 달라질 수 있었다. 아니 드디어 계백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백성들이 계백때문에 편안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계백은 자신이 누굴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칼을 잡아야하는지 확실히 마음을 잡을 수 있던 것이다. 백성을 위해서, 백제를 위해서 칼을 잡겠다는 계백의 모습은 한명의 무장이 아닌 영웅다운 모습이었다. 비록 이전부터 백제를 위해서라는 명분은 있었지만 그돈안 계백이 칼을 잡은 이유는 분명 달랐다. 생구 시절을 배고 나면 은고와 의자때문에 계백은 칼을 들었던 것이다. 은고를 지키기 위해서, 의자를 위해서, 의자에게 사소한 복수를 하고싶어서 등등 그동안 계백의 칼은 영웅의 칼이라 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이고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어느정도 보였기에 매력이없던 것이다. 하지만 대장군의 자리를 맡으면서 부터 조금식 보이던 백제를 위한 영웅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보여진 셈이었다. 그동안은 의자와의 신의때문에 은고의 부탁을 거절하던 계백이 이제는 백제를 위해서 거절을 하는 모습도 분명 발전한 모습이었고 이런 모습들이 드라마를 기대해보게 했다. 이런 모습이 좀 더 빨리 나오고 계백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나갔다면 좀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나와서 드라마의 마무리가 그래도 볼만하다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부디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변두리 이야기로 어제방송에서 있었던 다른 부분도 조금은 다루고자한다. 이제 이야기가 확실히 계백 중심으로 넘어갈 듯한 상황이기때문에 계백 부인에 대한 생각도 계속 해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라를 위해서 자신의 가족조차 죽이는 모습은 영웅 계백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계백 부인은 이제 어느정도 윤곽이 잡혀야만 할 것이다. 그동안 까막재마을의 가희냐 초영이냐가 사람들의 관심도 어느정도 끌었고 이부분에 대해서 제작진도 고민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어제 방송을 통해서 초영이 쪽으로 좀 더 기울어지는 것이 아닐가 생각을 하게되었다. 대장군의 직을 맡은 계백이 부장들에게 명을 하여 각성에 명을 하달하는 상황에서 초영에게 계백이 한말이 무척이나 재있었다. 너만 있으면 된다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계백의 의도는 연개소문에게 갔다 오라는 것이었지만 계백의 말에 약간 놀라는 듯한 초영의 모습은 계백과의 애정선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고 이시점에서 계백부인으로 가장 말이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듯했다. 은고의 부탁으로 은고와 계백의 자리를 마련해주고도 초영이 후회를 하는 모습도 눈여겨볼 만했다. 뭐 이제 다음주 정도면 이부분도 확실해 질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뜬금없는 반전은 없기를 바란다. 이제 진짜 영웅이 된 계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듯하니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대해보면서 이만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