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 드라마 천명은 장르라는 측면에서 정말 놀랍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한 사극이라고도 생각했는데 드라마는 점차 음모라는 부분을 잘 강조하면서 이 음모를 키우는자와 음모를 파헤치고자하는 인물들의 대립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의 추리극을 보는 것만 같던 어제의 방송은 상당히 긴장감이 살아있었고 앞으로의 내용을 기대해도 좋다는 판단을 내리도록 해주었다. 기본적으로 추리극의 형태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을 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시청자도, 극 중 인물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씩 베일을 벗겨가는 것이고 하나는 시청자는 대부분을 알 고 극중 일부 인물도 대부분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인물들이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다. 어제 천명이 보여준 모습은 후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음모를 감추고자하는 김치용일파와 어떻게든 진실을 밝히고자하는 최원과 왕세자 이호의 모습은 비록 시청자들이 내용을 알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은 상당했다. 이호를 연기하는 임슬옹같은 경우 어제 방송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언급되던 연기력 논란을 싹씻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궁중 암투의 중심인 이호가 살아나면서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상승했다.
민도생을 누가 왜 죽이고 최원에게 누명을 씌웠는가는 왕세자 이호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모든 증거가 최원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이호는 나설 수가 없었는데 최원이 탈옥까지 한 상황에서 더욱 방법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송지효가 연기하는 홍다인은 송종호가 연기하는 이정환에게 가장 결정적인 증좌가 되었던 노리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형태로 어떻게든 상황을 바꾸고자 노력을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최원이 범인인 상태로 남아야만 하는 김치용일파는 금서고 관리를 이용하여 홍다인의 증언이 가지는 힘을 소멸시키는데 금서고에서 최원이 홍다인과 정인관계라고 했던 것을 관리가 말하는 순간 홍다인의 증언은 아무런 가치를 가질 수가 없었다. 전면 재조사로 갈뻔 했던 사건이 어떻게든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자하는 세력들에 의해서 다시 덮어지고 만 것이다. 그렇지만 왜 홍다인이 최원의 구명에 그리도 열심히인지 이호가 조금이나 알게 되면서 이호도 사건에 무언가 음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행동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홍다인의 노력이 완전히 무용지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홍다인은 이호에게 노리개 이야기는 하지않았지만 이호가 움직이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호가 사건의 진실에 접근을 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천봉은 이호에게 아주 결정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궁궐에 몰래 들어온 천봉은 사건의 진상이라는 부분을 어느정도 이야기해주었는데 민도생의 죽음은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음모가 있다는 것을 천봉의 이야기를 계기로 접근할 수가 있던 것이다. 천봉은 결코 직접적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지않았다. 힌트를 주고 이호가 스스로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조광조 사건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누가 수괴인지를 알려주고 민도생이 했던 행동을 알려주어 살인 사건에 어떤 음모가 있는지에 대해서 힌트를 준 것이다. 화중지왕 망국지화라는 글귀는 중전이 나라를 망치는 범인이라는 것을 암시해주었고 현재 중전이 음모의 중심이라는 것을 이호가 눈치 챌수 있게 해주었는데 사실 이부분은 천봉이 상당히 친절하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중전의 세력이 살인사건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잇다는 것을 알 수 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도생이 죽기전에 자신을 찾아와서 서각을 구했다는 부분은 민도생이 왜 서각을 구했는지에 대해서 이호가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민도생이 왜 죽었는지에 이호가 스스로 접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보다 확실하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도록 만들었다.
본초강목과 같은 의서를 찾으면서 이호는 서각이 짐독에 유일한 해독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마시려던 탕약과 이때 김치용이 보였던 반응, 그리고 자신이 먹었던 생강편 등을 모두 떠올리면서 일이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분명한 윤곽을 그려낼 수 있었다. 때마침 천봉이 남긴 글귀가 중전과 중종에게도 전해진 상황에서 이호는 이와 관련된 사건을 자신이 직접 밝히겠다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상 중전에게 선전포고를 하였다. 민도생의 죽음과 최원의 누명이 단순하지않은 궁중내 권력 암투와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 것이고 민도생이 남겼지만 사라졌다는 거북 귀 글귀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하여 사건의 진실에 더욱 접근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이호의 모습은 왕세자로의 카리스마라는 것이 분명하게 보여졌는데 임슬옹이 확실하게 연기가 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잇게 해주었다. 박지영이 연기하는 문정왕후와 이호가 대립갈등을 하는 상황에서 임슬옹의 연기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비록 여전히 박지영의 카리스마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너무 확떨어져서 긴장감이 죽어버리는 상황에서는 벗어난 것 같았다. 임슬옹이 연기경력이 상당히 적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성장세만 보인다면 진짜로 문정왕후와 이호의 대립이 심화되었을때는 보다 긴장감이 살아나는 팽팽한 모습을 기대해도 좋지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제 시청자들은 모든 음모에 대해서 파악할 수가 있게 되었다. 민도생이 남긴 글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게 된 상황인데 문제는 최원은 여전히 아니 보다 본격적으로 도망자가 되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지만 최원은 소백을 만나고 이때 자신의 칼침통을 찾게 되면서 나름대로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질 것 같은 상황이 그려지고 있었다. 드라마가 진행이 되고 궁중의 암투와 최원의 도망이 이중적인 구조를 만들도 그러면서 동시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데 이러한 구조가 어떤식으로 전개될지는 정말 제작진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배우들의 연기가 점차 살아나고 있고 인물들의 캐릭터가 보다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스토리가 흥미로운 상황이기에 분명 천명이라는 드라마는 좋은 요소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제작진의 연출과 전개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상황에서 천명은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자신의 포지션만이 가지는 장점을 잘 살려주지않을가 본다. 완전한 퓨전사극만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천명과 같은 드라마가 주는 재미는 또 새로운 것이고 그렇기에 더 기대가 된다. 과연 오늘 방송에서 최원은 도적패와 어떻게 연관이 될지 기대를 해보고 궁중암투도 보다 잘 드러나길 기대해보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