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늘어지나 싶었더니 드라마 스캔들은 딱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낄때쯤 다시 한번 고삐를 당기며 드라마의 속도를 한층 빠르게 해주었다. 이러한 부분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최근 몇회동안의 방송이 마치 제자리 걷기처럼 사건의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었고 점차 시청자들이 비판을 하려는 찰나에 대반전을 준 것이기때문이다. 물론 지난 몇회동안에도 세부적으로 본다고 하면 인물들간의 관계가 보다 복잡하게 설정이 되고 그런 부분은 있지만 메인스토리에서는 큰 변화가 없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주인공이 점차 안보인다는 것이었다. 김재원이 연기하는 하은중은 한동안 드라마 속 중심이야기에서 밀려나 있는 모습이었고 이러한 상황은 아무리 다른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고 몰입을 하게 한다고 해도 드라마의 중심이 흔들리는 상황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잇다. 분명 어제도 중반까지는 이러하 모습이 계속 되었다. 답답함에 욕이 올라오려고 할때쯤 확 반전이 나타난 것인데 드라마마 막판 10분은 정말 숨쉴틈 없이 몰아쳤고 어제의 방송, 아니 몇회동안 답답하게 했던 전개가 단번에 용서가 되었다. 김재원이 뛰어난 연기를 바탕으로 하은중의 존재감을 확실히 살려준 것인데 스캔들이라는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김재원에게 기대하는 것이 이런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기왕 연기변신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김재원은 확실히 하은중이라는 인물의 거친 매력을 제대로 살려주었다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지난 몇회동안 보여졌던 드라마의 문제점을 우선 살펴보겠다. 기본적으로 지난 몇회동안의 내용은 계속 하은중이 가지고 있는 출생의 비밀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하은중을 제외하고 이러한 비밀과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었다는 것에 있었다. 즉 분명 대상은 하은중인데 드라마에서 하은중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물론 하은중보다 다른 인물들이 이러한 사실을 먼저 알아야 더 드라마는 재밌을 수 있었다. 하은중이 놓쳐버린 삶을 살고 있는 장은중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는 분명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갈등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이부분에 초점을 맞추면서 뭔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바뀐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은 드라마를 관통하는 소재로 이야기의 기전에 위치하면 되는 것이고 드라마에서 중심적으로 다루어져야할 이야기는 장태하가 행하는 악행과 이것에 맞서는 하은중의 모습이다. 분명 드라마에서 이부분들은 긴장감있게 풀어나갈 수가 있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공기찬 대리의 죽음을 둘러싸고 수사를 벌이는 하은중과 이것을 어떻게든 저지하려고 하는 장태하의 관계는 충분히 긴장감있을 수 있는데 어느새 드라마에서는 주변이야기로 다루어지기 시작하는 느낌이었고 그러다보니 드라마가 늘어지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게다가 비리문제도 어느새 다른 인물들이 더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 같아지면서 이야기는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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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바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김재원은 어제 방송 내내 거의 병상에 있다가 막판에 제대로 모습을 보였는데 정말 감탄밖에 나오질 않았다. 조한철이 연기하는 신강호에게 공격당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던 하은중은 겨우겨우 정신을 되찾았는데 의식을 되찾자 마자 한 것은 바로 신강호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자신을 공격한 신강호에게 복수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하은중은 복수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신강호에게 복수를 하면서 제대로 신강호 뒤에 있는 장태하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었다. 드라마가 한동안 빙빙 꼬이는 것 같았는데 이장면을 통해서 제대로 하은중과 장태하의 대립관계가 살아났고 드라마의 긴장감이 한순간에 올라갔다. 특히 김재원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는데 복수심과 정의감이라는 묘하게 충돌을 하는 부분을 컨트롤하느라 힘들어하는 하은중의 모습을 이토록 잘 그려낼 수가 없었다고 생각이 된다. 게다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얼마나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느냐가 중요했는데 김재원은 소리없이 강한 진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드라마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신강호에게 협박아닌 협박을 하는 하은중은 김재원의 연기와 목소리가 함께 해서 완성될 수 있엇다. 김재원의 목소리는 상황을 한층 부각시켜주는 힘이 있었다. 바로 직전까지 드라마가 상당히 답답하게 전개되던 것을 한방에 잊게 만들어버리는 모습은 다시 생각해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런 것이 주인공의 힘이라 또 한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 조재현과 김재원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감동도 선사해주었다. 하은중과 신강호의 장면 바로 직전에 하은중이 의식을 되찾았을때의 장면은 바로 다음 장면면 아니었다면 어제 방송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잇었다. 사실 맨처음 이장면을 봤을때는 정말 심장이 철렁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기억상실이라는 뻔하고 식상한 소재가 나올건가 하는 걱정은 분명 많은 시청자들이 공유하고 있던 부분이다. 그런데 의식을 차린 하은중이 기억이 안난다고 말하는 순간 이러한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만 같았고 드라마가 막장으로 가는구나하는 생각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완벽한 속임수라는 것이 뒷통수를 맞은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은중이 농담삼아서 한 말이었고 역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쨌든 하은중과 하명근의 병실에서의 장면은 절제된 감정 속에서 그려지는 진한 감정이 일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재현과 김재원 두 배우가 눈빛만으로도 부자지간의 정을 그려낸다고 할 수 있었는데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깊게 빠져들게 만든다고 할 수 있었다. 두 배우의 호릅이 절묘하다고 할 수 잇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상당히 흔하다고 할 수 있는 병원씬을 이렇게 묵직하면서도 감종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균형을 서로 잘맞추어서라고 할 수 있었다. 적당히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인데 적당히 가벼우면서도 적당히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시청자가 딱 감정을 이입하기 좋게 만든 셈이다.
어쨌든 드라마는 이제 본격적으로 하은중과 장태하의 대결이 그려질 것이다. 장태하는 그야말로 사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출생의 비밀은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을 해본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려진 하은중이라는 인물의 모습을 볼때 장태하가 자신의 친부라는 것을 알아도 단죄를 하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김재원이 연기하는 하은중은 뭔가 부족한 느낌이라는 것이 있었다. 드라마의 묵직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약간 부족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것은 강렬한 모습이엇다. 분명 하은중이라는 인물이 형사로 상당히 선이 굵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딱 거기까지이고 아쉬움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어제 보여진 광기와 같은 모습은 좀더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켜줄 수 있었고 이러한 부분이 이번 스캔들을 통해서이미지 변신을 하고자 하는 김재원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기대를 하는 것이었다. 김재원의 뛰어난 연기가 하은중이라느 인물을 살려냈고 이것은 약간 드라마가 시청률면에서 침체되었던 상황을 다시 반전시킬 수 있게 해주었다. 뭔가 한동안 시청자들이 답답함을 느껴야했던 것을 단 한장면에 해결해냈고 앞으로도 드라마를 기대하면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과연 출생의 비밀이라는 매우 뻔한 요소를 이제 스캔들이 어떤 방식으로 맛깔나게 그려낼지 기대를 해보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