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라마가 방영도 되기 전부터 제대로 논란에 휩싸였다. 사실 제작발표가 되는 순간부터 말이 많았던 드라마인데 바로 MBC의 새 월화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인 사극 기황후이다. 어쩌면 이번 드라마 기황후를 둘러싼 논란은 예정이 되어있던 일이라고 할 수가 있다. 중고등학교때 단 한번이라도 국사책이나 한국사책을 펴서 봤다면 기황후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는 알기에 충분한 것인데 드라마에서 이 기황후를 그야말로 위인으로 재조명을 하고자 한 것이 논란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기황후 한명으로도 논란이 어마어마한 상황에서 거기에 덧붙여서 또 다른 주인공은 고려 최악의 왕이었다고 할 수 있는 충혜왕이라는 것도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야말로 욕을 먹기로 작정을 한 것인데 최근 들어 역사교육의 강화나 역사의식 함양 등이 국민들에게 널리 퍼져가는 상황에서 이번 기황후 논란은 제작진의 어처구니 없는 역사인식을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을 더욱 부채질한 것은 당사자들의 무책임하고도 어이가 없는 대답들덕분이었다. 정말 노이즈마케팅인 아닌가를 의심해야했을 정도로 드라마 기황후를 둘러싼 논란은 심각했다. 아무리 사극이 어느정도 픽션을 가미하고 퓨전사극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도 하지만 왜곡이 정당화되기는 힘들고 드라마는 시작하기 전부터 위기인 상황에서 솔직히 그냥 접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드라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드라마 기황후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기황후라는 인물과 충혜왕에 대한 평가이다. 일단 드라마에서 내놓은 기황후에 대한 설정을 보면 이렇다. '하지원씨가 맡은 기황후는 낯선 이국의 황실에서 고려의 자긍심을 지키며 운명적인 사랑과 정치적 이상을 실현한 여인'라는 것이 제작진의 이야기인데 기황후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결코 이렇지 않다. 고려사절요만 보더라도 기황후와 기철 4형제가 갖은 횡포를 일삼고 경쟁적으로 악행을 일삼았다 라는 구절이 있을 정도인데 역사적 기록을 봤을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드라마에서 그려질 기황후를 생각해낼 수 없다. 그리고 이제 충혜왕을 보자. 드라마 제작진은 '주진모 주연의 충혜왕은 원나라에 맞서는 기개 넘치고 영민한 고려왕으로,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발산할 것'이라고 말을 했는데 이것은 기황후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코메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설정이다. 충혜왕이 영민했다고는 할 수 있지만 결코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질 수가 없는 인물인데 고려시기 최악의 폭군으로 기록된 인물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그려내려고 하는 모습은 감탄이 나온다. 이정도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데 기황후와 충혜왕이라는 원간섭기 최악의 인물이 이토록 멋지게 드라마에서 그려질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정말 어떤의미로 참신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지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보다 논란을 키운 것은 책임을 져야하는 당사자들의 무책임한 말들이었다.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기획과 대본은 작가가 담당한다는 책임회피였다. 작가가 담당을 하지만 논란이 되는 문제는 제작진 모두가 공유해야할 부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변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온 말이 '어려운 환경에서 기황후가 퍼스트 레이디가 됐다는 것이 대단해 3년 전 기획했다' 라는 오랫동안 준비했으니까 감안해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러한 제작진의 말은 더욱 논란을 키웠다고 할 수 있는데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기황후를 주인공으로 하는 사극을 만들어야하는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지점이었다. 시기적으로 정말 절묘하다고 할 수가 있는데 대한민국 최초 여성대통령이 집권한 첫해에 맞춰서 여성의 정치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방송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해서만은 안된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충혜왕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경제와 관련된 부분이라는 것을 감안을 할때 기황후는 단순히 사극이 아니라 정치적인 성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마지막으로 논란을 더욱 지핀 것은 '역사서 속 한 줄만 가지고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사극"이라는 말과 '우리가 역사학자도 아니고 해외에 수출하려는데 이상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망언이었다. 분명 틀린말은 아니다. 역사서의 한줄만 가지고도 드라마를 만들고 그것이 큰 인기를 끈 경우가 분명 있다. 대장금과 같은 경우가 그러했는데 그렇지만 이러한 드라마에서는 흐흠과 맥락을 깨지는 않았다. 역사서 속 한줄만으로도 만드는게 사극이지만 왜곡을 당연히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수출이야기와 역사학자 이야기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분명 드라마 제작자는 역사학자가 아니고 수출도 고려를 해야한다. 그런데 이럴 것이라면 왜 사극을 만드는지 설명이 안된다. 역사와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면 완벽한 픽션을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퓨전사극이라는 형태의 픽션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굳이 역사에 기록된 기황후와 충혜왕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픽션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수출때문이라는 부분은 자신들도 두 인물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면서 애써 외면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외국에 우리나라에 대한 잘못된 역사사실을 알리고자 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국민의 분노로 끝날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겠다는 것인데 도대체 이럴거면 왜 이런 드라마를 만드는지 이해를 하기힘들다.
시작도 하기전부터 논란에 휩싸인 사극 아니 드라마 기황후인데 제작진의 무모하면서도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대중들은 이 드라마를 외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드라마가 재밌게 그려진다고 해도 최소한 사극을 지향한다면 지킬 부분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데 이번 기황후 제작진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것 같다. 하지원과 주진모 같은 경우 어떤 생각으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나올 생각을 했는지 궁금한데 이번 논란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 자신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뭔가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드라마가 역사왜곡을 한다고 해도 시청자들은 그 제작진에 대해서 비난을 하기 보다는 주연을 비난한다는 것을 감안했을때 하지원과 주진모는 역사왜곡에 대한 논란을 이제부터 제대로 겪을 것이다. 물론 아직 드라마가 시작되지않았기때문에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기황후와 충혜왕이 주인공인 이상 이미 드라마는 끝난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하겠다. 앞으로 두번다시 이번 기황후같은 엉터리 사극이 역사왜곡을 하지 않길 바라면서 그럼 이만 글을 마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