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계백은 처음 기획했을때 30부작을 생각했다는데 어제가 바로 30화였다. 비록 6화가 연장되어서 36화가 최종화가 되었지만 처음 기획했던 분량까지 어느덧 방송되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재밌었다. 이제 남은 이야기라고는 계백의 결혼과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할 황산벌전투 정도 인거 같은데 과연 남은 6번의 방송에서 이 모든 것을 다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그간 보여준 느린 진행을 보면 걱정이 된다. 멸망으로 향하는 백제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그 안에서의 정치권력다툼을 보이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할애한 듯했고 그러다보니 주인공이 계백이 아닌 은고와 의자인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제 6화 남은 상황에서 어느정도 무게중심이 계백 쪽으로 넘어갈꺼라고 믿어야만 하는데 뭔가 불길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제목인데 계백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현재 상황은 정말 아이러니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는 듯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은고와 의자를 맡은 배우인 송지효와 조재현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송지효와 조재현이 열연을 해주어서 드라마 제목과는 다른 이야기가 좀 많이 보여지는 상황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볼 수가 있는 듯했다. 특히 어제같은 경우 두 배우는 주인공 계백역의 이서진의 존재감을 확실히 압도하면서 드라마를 이끌어주었다. 의자가 전장에서 부상을 입어 의식을 잃은 다음 생기는 권력다툼에서 황후가 승세를 굳혀가는 상황이었고 이에 목비, 은고는 점차 입지가 줄어들어가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쓰러져있는 의자가 일어나는 것뿐인 은고는 의자곁에서 절박한 심정을 담아 의자가 일어나길 애원했다. 그리고 이런 애원이 통했는지 의자가 일어났고 여기서부터가 어제 방송이었다. 의식을 차린 의자와 그를 통해 입지를 다시 마련한 은고의 모습을 조재현과 송지효는 너무나도 잘 보여주었다.
어제방송에서 드디어 은고와 의자는 표면적인 연결관계를 넘어서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다. 의자가 계랙을 통해서 계백에게서 은고를 뺐은 이후 그저 표면적으로만 연결되어있던 둘이었는데 각자가 원하는 바가 일치하면서 둘이 제대로 연결이 되었다. 은고가 의자가 자신을 취하기 위해 썼던 계략에 대한 이야기를 의식을 잃은 의자곁에서 했던 것을 통해서 둘은 이부분을 그럭저럭 해결을 할 수 있었다. 은고같은 경우 당장의 목숨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의자를 용서하고 의자와 한편이 되어야하는 상황이었고 의자는 또한 은고를 통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의 정치를 원했다. 즉 두 사람의 욕망이 절묘하게 하나가 되면서 둘은 서로에게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고 그 결과는 살벌한 숙청의 과정이었다.
은고같은 경우 황후세력을 제거하고 싶었고 의자같은 경우는 자신보다 더 추앙받는 계백을 없애고 싶었다. 이부분에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인데 그모습이 백제멸망의 수순을 보여주는 듯했다. 사실 황후세력의 몰락과정은 솔직히 통쾌했다. 의자가 깨어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황후는 마치 자신이 황제라도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런 모습은 그야말로 꼴불견이었다. 고구려와의 동맹에 있어서 옥새를 사용하겠다하는 부분이나 이제 백제의 황제는 자신의 아들 부여태라고 말하는 모습은 아무리 의자가 쓰러져있다고 하더라도 정도를 벗어난 모습이었다. 이미 지난 방송에서는 황제가 병상에 있는데에도 태자책봉을 축하하는 연회를 배풀었던 황후이니 그야말로 막장이라 표현할만 했고 이런 황후가 제거되는 것은 조금은 통쾌하기까지했다. 의식을 차렸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 있던 의자가 편전에 나타나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이순간 처지가 완전이 뒤바뀐 황후와 목비의 상황도 무척이나 재밌었다. 결국 황후가 출궁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그 과정에서 은고를 설득하는 천단향신녀와 계백의 말을 무시하는 은고를 보면서 은고가 이제 전형적인 독재자가 되는 구나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더이상 주변 사람의 쓴 소리를 듣고자하지않고 자신만의 욕망을 채우려는 모습이 일부 역사에 기록된 백제멸망의 원인이 될만 했다.
문제는 계백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은고는 계백을 제거하고자하는 의자를 돕는데 그 과정은 조정의 대대적인 숙청이었다. 우선 내두좌평인 흥수를 황후를 도와 황실을 농락했다는 명분으로 삭탈관직을 시키도록하였다. 계백에 대한 질투로 눈이 먼 의자에게는 의형제고 나발이고 그런 것은 필요가 없었다. 그저 자신이 가진 황제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존재는 모두가 적일 뿐이었다. 변해버린 의자의 모습에 실망한 흥수는 무척이나 의연하게 편전을 떠나는데 관직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은 멋있다 할만했다. 하지만 흥수는 어디까지나 과정일 뿐이었다. 최종목적은 계백이었는데 계백이 스스로 대장군의 자리를 내놓고 변방으로 가도록 상황을 만들어갔다. 정사암폐지와 관련하여 반대하는 위사좌평을 본보기로 일족을 멸하여 귀족들이 더이상 반대를 하지못하도록 하고 계백이 낚이기만을 기다리는 의자와 은고의 모습은 정말 무서웠다. 결국 그들의 의도대로 계백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변방으로 가는데 과연 의자가 계백과의 약속을 지킬지는 의문이다. 백제멸망 전에 성충과 흥수가 쫒겨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과연 흥수가 이시점에서 복직될지는 의문인데 지금 보여주는 의자의 모습이라면 약속을 안들어줄 듯하다.
백제의 재조명이라는 처음의 기획의도는 이미 예전에 버린 듯한 드라마 계백인데 이번에도 의자는 그저 폭군으로만 그려지는 듯해서 아쉬울 뿐이다. 극을 주도하기 위해 필요한 악역이지만 백제의 재조명을 위한다면 악역은 의자가 아니라 신라가 되어야하지않았나 싶은데 그래도 의자와 은고가 진정한 악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도저도 아닌 모습보다야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주기는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드라마의 걸림돌이라 생각되던 발연기의 주인공 한지우가 퇴장을 하면서 그래도 드라마의 마지막이 좀 더 기대를 된다. 드라마 몰입에 방해가 되던 부분이었는데 남은 6화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지않을까? 이제 욕망덩어리가 되어서 주변의 이야기를 듣지않는 독재자가 된 의자와 은고의 모습이 점점 백제 멸망을 가속화시킬 것인데 오직 백제만을 위하는 계백의 영웅적 모습이 그덕에 잘 나타날 것이라 예상해보면서 이만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