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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프로그램/계백

계백, 황당함의 극치였던 은고의 갑작스런 애국자 모드



이번주 종영을 하는 드라마 계백은 점차 그 마무리를 하는 모습을 어제 보여주었다. 어제 방송을 포함해서 단 2회밖에 방송이 안남았는데 여전히 뭔가 이야기가 다 전개되지않은 듯한 느낌은 이 드라마가 과연 끝은 날수 있으려나하는 불안감마저 주었다. 계백이라는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분명 황산벌전투인데 그 하이라이트를 사실상 단 한회분에 담으려는 현재의 모습은 조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비록 지금의 내용들이 그 황산벌전투와 어느정도 연관되어서 백제의 마지막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스토리 전개가 너무 늘어졌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런 것은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한건지 지난주와 같은 기대감을 없애고 다시금 은고 중심의 스토리를 보여주면서 마지막화인 오늘 36화에서 조차 황산벌전투가 전부가 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사실 어제 방송에서 황산벌전투의 시작을 하지않을까 지난주 예상을 했는데 이건 뭐 오늘 방송에서도 황산벌 전투는 중후반부에나 나오지않을가 싶을 정도였다. 드라마에서 이서진의 존재감보다 송지효의 존재감이 확실히 컸던 상황에서 은고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그런다는 것은 제작진의 무척이나 큰 실수 일 것이다.


그리고 정말 가관이었던 것은 최고의 악녀의 모습을 보여주던 은고가 갑자기 애국자 모드로 돌변을 한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뭐든지 하던 은고는 그야말로 사극역사상 가장 용서가 되지않는 악녀였다. 자신의 안정적인 황후자리를 위해서 그야말로 나라를 팔아먹고 그것을 알게된 충신 성충을 죽이는 은고의 모습은 더이상 백제는 관심밖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중간 중간 김춘추의 함정에 분노하며 그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말과 행동이 분명 다른 상황에서 그 어떤 시청자가 보더라도 은고는 백제 멸망의 원인이고 용서할 수 없는 악녀였다. 그런데 어제 제작진은 그야말로 은고를 동정할 수 잇는 악당으로 바꾸고자 은고가 목숨을 걸고 백제를 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드라마에서 은고가 악녀가 되어가는 그 과정은 분명 개연성이 있었지만 다시 백제의 충절을 보이는 과정은 너무나도 뜬금이 없었다. 그리고 이 뜬금없는 내용을 위해 한회분이 다 사용되어 남은 내용을 단 한회에 쑤셔넣어야하는 웃긴 상황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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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모든 사람들이 은고와 임자가 신라의 세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상태에서 결국 둘은 신라로 도망을 치게 되는데 애초에 이런 도망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백제를 버리려는 모습이었다. 드라마는 여기서 은고와 임자가 무척이나 비참한 최후를 맞는 모습을 보이거나 임자가 살려둔 조미합에 의해 신라에서 대우받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만이었는데 신라땅에 가서 은고는 갑자기 백제에 대한 사랑이 불타올랐는지 당과 신라가 백제에 대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백제에 알리려고 목숨을 걸게된다. 임자에게 김춘추를 죽일 독을 주는 모습이야 김춘추에 대한 원한 정도를 생각하면 이해가능햇지만 목숨을 걸고 신라땅을 탈출하여 백제로 가는 것은 이미 나라를 버린 은고가 할 행동은 아니었다. 화살에 맞아 사경을 해매면서도 오직 백제를 위해라는 일념으로 가는 모습은 비장하다기 보다는 쌩뚱맞았다. 


사비에 당도하고서 계백의 집을 들러 황궁으로 간 은고는 두 장소에서 모두 자신의 목숨따위는 중요하지않다는 모습을 보이고 그보다 우선 신라와 당의 공격에 대비를 해야한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간 보여준 은고의 모습이라면 자신의 목숨과 정보사이에 거래를 하는 모습이었을 것인데 너무나도 갑자기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순간에 나라를 망하게 한 악녀이자 요녀에서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황후의 모습으로 탈바꿈된 것인데 그 과정이 너무나도 뜬금없기에 제작진이 의도한 은고에 대한 동정은 시청자들에게 거의 불가능했다. 초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은고의 모습은 성충에게나 어울리던 것이고 그야말로 백제 충신에 대한 모둑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생각이 들었다. 그간 보여준 모습때문에 뻔뻔해보이기까지 했던 은고의 모습이었다.


결국 계백과 흥수덕에 일단 죽음을 면하게 된 은고였는데 과연 은고의 마지막을 제작진이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다. 일본서기에 나온대로 의자왕과 함께 당으로 잡혀가는냐 아니면 자결을 통해 비장함을 보여주느냐인데 뭐 이제 은고가 무엇을 해도 매력없게 보일 수 밖에 없을 상황을 제작진이 정말 착실히 만들어주었던 거 같다. 이제 오늘 드디어 말도많고 탈도 많던 계백의 마지막이 방송되는데 계백이 초영을 죽이는 부분에서 분명 그 비장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황산벌에서 결사항전을 하는 모습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36부작인 드라마에서 마지막화에서만 주인공 계백이 주인공답게 나오는 것이 아닐가 생각을 해본다. 정말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드라마인데 제작진이 송지효라는 배우에 너무 의존했던 것이 아닐가 생각해보게된다. 이런 과도한 의존이 드라마의 개연성을 완전히 망쳐버렸다고 생각하는데 그덕에 계백은 희대의 막장사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채로 끝을 맞을 듯하다. 유종의 미를 기대해보았지만 그 또한 쉽지않은 것이 현실이니 차후에 다른 드라마에서 백제에 대해서 다시금 잘 다뤄 주길 바래보면서 이만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