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사극 계백이 끝이났다. 승자의 입장에서 언제나 역사는 서술되기때문에 패자의 입장인 백제에 대한 기록은 항상 부족함이 있었고 드라마는 그런 부족함을 채우고자하는 의도로 기획이 되었지만 용두사미라고 행하나 그런 의도를 살리지못한채 끝이 나버렸다. 고대사라는 부분이 아무래도 사료가 적다보니 사극으로 연출하는데 있어서 작가와 연출자의 상상이 많이 들어갈수 밖에 없는데 드라마의 기본 틀을 무시하고 그 순간순간 이야기를 바꾸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모습이 만들어져버린 거 같았다. 마지막은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그 마지막을 향해 드라마가 방송되었는데 마지막 직전에 갑자기 점프를 한 듯한 느낌이 들었고 드라마 계백은 망작 또는 졸작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기는 좀 힘들거 같다. 제작비문제때문에 드라마가 중간 이루 신라와의 전쟁같은 부분보다 백제 내부에서의 정치싸움을 주로 보여주었고 그러다보니 극의 무게중심이 계백이 아닌 은고쪽으로 가버리면서 드라마 계백은 점점 수습이 안되었다. 그부분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4회정도 연장을 한 상태에서도 드라마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할 황산벌 전투가 고작 1회분량으로 방송된 것은 정말 마무리조차 씁쓸한 드라마였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사실 드라마가 시작되었을때 황산벌전투에 대한 모습이 나왔었기에 상당히 기대를 했었다. 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에서 상당부분을 이부분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스케일을 보여주었기에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할 황산벌전투는 분명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부분에서 정말 코미디에 가까운 모습이 나왔다. 이전에 촬영된 부분은 1회때 나온 정도가 거의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미리 촬영된 부분만으로는 모든 내용을 담는 것이 힘들었기에 중간 중간 새로 촬영한 부분이 들어갔는데 새로 촬영한 부분과 기존에 촬영한 부분이 번갈아 나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코미디였다. 초기 설정과 드라마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알수 있는 부분이 계백옆에 있는 장수 중 사전촬영부분에는 있고 새로 촬영한 부분에는 없는 인물도 있었다. 생구시절같이 나왔던 백파역의 조경훈은 정말 몇개월만에 드라마에 모습이 나온것인지 황당할 따름이었다. 계백 홈페이지에 있는 인물소개와 실제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보여준 설정들이 꽤나 큰 간극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압축되어 보여진 것이 어이없게도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황산벌전투였다. 병사수가 오락가락하는 것이야 말안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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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전투의 황당함은 단순이 인물이 없어졌다 사라졌다 하는 부분만이 아니었다. 불화살CG같은 경우는 보면서 폭소를 자아냈는데 굳이 그장면을 왜 넣나 싶을 정도였다. MBC CG실의 실력을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질적인 CG에 슬로우모션은 그야말로 시청자를 어이없게 만들 수준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황산벌전투의 시작이 단 한순간에 긴장감 제로의 상태가 되어버렸으니 어찌보면 사소할 수도 있던 불화살 CG는 계백의 마지막화를 망친 요소 중 하나였을 것이다. 불화살보고나서는 정말 드라마에 몰입이 불가능하고 그냥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는데 많은 시청자가 비슷하지않았을까 생각한다. CG계의 코미디를 보여주었던 연개소문과 크게 다르지않은 수준이었고 분명 추후에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여기다 황산벌전투의 주요포인트들이 너무 대충대충 다뤄진 부분들은 실망을 줄 수 밖에 없었다. 단 1회분밖에 분량이 없는 상황에서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백하면 황산벌전투이고 삼국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중요한 전투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부족한 내용이었다. 4번의 승리와 마지막 전투 이부분을 단 두번의 전투로 표현해버리고 관창의 이야기또한 무척이나 간략해져버린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관창의 살신성인 또한 그저 한 노인의 미친 복수심에 의해 완성된다는 것은 정말 관창에 대한 모욕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보다 더 허술하고 막장일 수 없는 황산벌전투였는데 영화 황산벌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었다. 약 40분의 러닝타임차이가 이토록 큰 차이를 만들수 있다는 것에 그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어제 계백의 마지막 방송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분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계백 부인 초영의 마지막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설인 황산벌전투에 앞서 계백이 자신의 처자식을 몰살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인데 그부분을 이토록 감동적으로 바꿀 수 있을가 생각을 해보았다. 백제군의 사기를 위해서 계백이 처자식을 몰살시키는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던 것을 계백을 단순히 백제의 충신만이 아니라 무척이나 인간적인 인물로 만들어준 것이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너무나 사기사 떨어져있는 군사들을 보고서 결심을 한 초영이 스스로 죽여주기를 간청하는 부분은 너무나도 애절하고 비장했다. 국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려는 초영의 모습은 과거 그의 주인이라 할 수 있던 황후 은고와는 사뭇 달랐다. 그리고 죽음을 간청하면서 그래도 행복했다고 말하는 초영의 모습은 분명 어제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황산벌전투가 허술했던 대신 이부분만큼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고 짠한 느낌을 준 것이었다. 다른 인물들의 마지막보다 인상이 깊을 수 밖에 없던 것은 분명 그 비장함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줄초상이라 할 수 있던 어제 방송에서 가장 인상깊은 마지막은 누가 뭐라해도 초영이었고 티아라 효민은 그런 인물을 너무나도 잘 살려주었다. 계백과의 애틋한 감정선을 유지하면서 마지막을 장식한 초여인데 이를 연기한 효민은 이 망작 사극에서 몇개 안되는 수확 중 하나일 것이다.
결국 드라마는 은고의 자살과 홀로남은 의자의 모습, 계백의 죽음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낙화암에서 자살을 하는 은고의 모습은 그래도 어느정도 의미가 있지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워낙 짧은 부분을 차지했기에 시청자들이 큰 의미를 가지기가 힘들지않았나 생각이 든다. 계백의 마지막같은 경우는 그의 가족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어 그 애절함을 더했는데 그 장면에서 드라마가 끝나버리니 뭔가 너무 서둘러 끝나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가 종영이 되고 그 어이없는 마무리에 욕이 나올번하기도 처음인거 같았는데 아무래도 게속 기대를 하고 지켜봤던 드라마이기에 좀 배신감을 느꼈던 거 같다. 뭐 그렇지만 그야말로 산으로가던 드라마가 마지막에는 방향만은 멀쩡하게 잡은거 같아서 다행인 듯하다.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극인데 부디 앞으로 다시한번 백제의 마지막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져서 백제의 마지막을 잘표현해주길 빌면서 이만 리뷰를 마쳐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