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영 프로그램/천번째 남자

천번째 남자, 모두를 울고 웃게 만든 건축학개론 패러디



판타지라는 요소를 로맨틱 코메디와 결합시켰을때 어떻게 드라마를 이끌어가야하느지 좋은 예를 보여준다고 생각되는 MBC의 천번째 남자는 어제 방송에서는 기꺼이 한국 멜로 역대 최고 흥행작을 패러디했다. 패러디라고 하기도 뭐하고 오마쥬일지도 모를 정도로 어쨌든 드라마는 건축학개론의 기본 구조를 잘 살려냈는데 애초에 건축한개론과 관계된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는지 에피소드 이름도 당당하게 사랑학개론이었다. 건축학개론의 기본 소스를 천번째 남자스럽게 바꿔서 이야기를 하는데 건축학개론이 사람들에게 안겨주었던 그느낌을 고스란히 안겨주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이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는데 정말 로맨틱코메디로 수작이라 할 수 있는 모습으로 매회 기대를 저버리지않고 있는 듯하다. 강예원과 이천희가 보여주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에피소드마다 독특한 사랑에 대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현재 구조는 시트콤이라는 형식을 선택했기에 가능하다 할 수 있는데 첫사랑과 오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던 어제 방송은 어쩌면 건축학개론보다 더 이야기가 깊은 것도 같았다.


건축학개론의 기본 이야기는 아마 첫사랑에 대한 남자의 비겁함이라고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비겁했던 남자에게 다시 첫사랑이 눈앞에 나타나고 이전의 감정을 상기시키는 것이 건축학개론이 주는 내용이었던 것인데 이러한 구조는 첫번재 남자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하지만 더욱 극대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강예원이 연기하는 구미진은 구미호이고 구미호라는 설정은 좀 더 첫사랑과의 재회라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극대화가 가능하였다. 구미진이 첫사랑이었던 하지만 이제는 기러기아빠인 김민규의 모습과 구미진의 모습은 상당히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구미호이기에 30년가까이 시간이 지났을지언정 전혀 늙지않은 구미진의 모습은 건축학개론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난 이후이지만 비겁했던 남자가 다시 첫사랑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대로인 모습은 첫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머리 속 이미지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첫사랑에 대한 이미지는 그야말로 결코 나이를 먹지않기때문에 언제나 첫사랑 당시의 나이 그대로이고 이것이 첫사랑을 영원히 아련하게 기억하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첫사랑을 마주했을때 그 환상이 깨질 수 있는 것인데 천번째남자는 환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굳이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구미진이 곱게 늙은 것이고 그 모습에서 여전히 대학생때의 느낌을 남자가 받았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였다.

 
추천부탁드려요 ㅎㅎ


즉 구미호라는 설정은 남자의 비겁한 선택에 대한 후회를 더욱 극대화해주는 요소가 되었는데 차마 어릴적에는 용기가 없어서 못했던 말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했던 세월은 민규를 무척이나 힘들게 한다.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대학생때의 그 풋풋한 기억과의 괴리는 무척이나 컸고 그렇기때문에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더욱더 아프고 후회스럽게 만들어져갔다. 대학시절 구미진과 김민규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건축학개론과 비슷했다. 하지만 좀 더 이야기를 단순화하였다고 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 둘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기억의 습작이라는 앨범이었다면 드라마에서는 무척이나 흔하다고 할 수 있는 볼펜 한자루였다. 같이 지각을 하고 펜을 빌려준 그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된 첫사랑을 볼펜은 상징해주었는데 볼펜은 또한 자신의 첫사랑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 앞에 나타난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요소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영화와 달리 구미진이 스스로 그 구미진이라고 하지않기때문에 알아채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볼펜과 그와 관계된 버릇은 민규가 미진을 확신하게 되는 요소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메디이기때문에 기본적으로 웃긴 부분이 있어야하는데 첫사랑의 기억에서 볼펜과 관련된 독특한 구미진의 습관은 웃음을 안겨주었고 그것이 사랑으로 연결되었기에 로맨틱하기도 하였다.


그저 혼자 짝사랑을 하고 상대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을 것이라고 멋대로 단정하고 그렇기에 어차피 제대로 고백을 했어도 아무일 없었을 것이라는 자기 위안은 첫사랑에 대한 남자들의 비겁한 변명의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사랑을 한다면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이 눈치를 채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구미진의 이야기는 첫사랑에 대해서 얼마나 비겁한 변명을 이야기하던 것이 아닌지 생각을 해보게 하였다. 자신의 선택을 애써 합리화하는 그 비겁함이 첫사랑을 어지로라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민규가 건축학개론에서와 마찬가지로 혼자 오해를 하고 자신의 첫사랑에게 꺼지라고 하는 부분은 영화를 통해 보았던 부분임에도 안타까움을 만들었다. 하고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상대도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데 차마 자존심과 자신의 혼자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그말을 못하고 첫사랑을 떠나보내야했던 장면은 답답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기에 시청자들이 몰입을 하여 보게 만들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 후회를 하고 눈물과 함게 그때 하지못했던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민규도 울고 미진도 우는데 만약 당시에 조그만 더 용기가 있었으면 어땠을가하는 생각을 드라마를 보는 그 순간 많은 사람들이 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조그만 용기가 있었으면 첫사랑이 어떻게 되었을가, 현재의 삶과 다른 삶을 살지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이 아니었나 본다.


그런데 천번째남자의 사랑학개론은 현재의 삶을 긍정해주면서 끝이 난다. 민규가 여전히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미진은 드디어 천번재 간을 얻으려고 하는데 방 한켠에 있는 민규의 가족사진을 보며 멈추게 된다. 대학생때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 민규는 없고 그 미래도 없지만 그저 기러기 아빠에 생일때 가죽 누구도 챙겨주지는 않지만 그에게는 가족이 있는 것이고 그 삶은 결코 값싼 것이 아니었다. 꿈을 향하던 모습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고 그렇기에 첫사랑에 대한 비겁한 선택을 했을지라도 용감한 선택을 통해서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 첫사랑에 대해서 후회할 필요가 없다고 드라마는 전하고자하는 듯했다. 첫사랑의 기억은 분명 아름답지만 그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저 머리속에서 변하지않기 때문인 것이다. 드라마 속 구미진처럼 세월을 거스르는 존재는 존재하지안고 그렇기때문에 세월이 흐르면 첫사랑의 그와 그녀도 변하게 되어있는 것이니 좀 더 현실의 삶에 만족하고 그 삶 속의 상대에 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랑학개론의 가장 큰 가르침이 나리까 생각하게 되고 이것은 영화가 하지못했던 부분이 아닐가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학개론을 통해서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첫사랑과 오해라는 부분으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동시에 메인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이천희가 연기하는 김응석과 강예원이 연기하는 구미진이 형성하는 로맨스는 점점 재미를 더해가고 있었다. 김응석의 고백 아닌 고백은 점점 김응석이 용기를 가져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점점 그 마음을 눈치채고 김응석이 자신에게 오는 것을 기뻐하며 쳐다보는 구미진의 모습은 앞으로 둘의 로맨스가 좀 더 본격화되지않을가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였다. 그런데 이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마 두인물의 의미있는 장소일 것이다. 사람이 되고 싶은 여자 구미진은 신생아실의 아기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눈물을 보이는 반면 죽음을 준비하는 남자 김응석은 장례용품점을 찾아간다. 살고자하는 여자와 죽어야하는 남자의 만남은 필연적으로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드라마의 결말을 암시해주지않았나 생각한다. 구미진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계속 다른 남자를 만나고 이것을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형성되는데 과연 이천희와 강예원의 이야기는 어찌 진행될지 기대가 된다. 김응석이라는 인물도 점점 변화를 겪는 것 같은데 명품 로맨틱코메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천희가 연기하는 김응석은 분명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사랑학개론으로 약간은 차분한 이야기를 한 어제의 천번째남자는 어쨌든 사랑에 대한 여러이야기를 하는 기본구조를 최대한 잘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무겁지만 사랑이라는 이야기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는 또 한번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어주지않았나 생각한다. 비록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제작진이 이에 굴하지않고 명품 로코물을 잘 만들어주길 바라면서 그럼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