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두 편의 사극이 방송이 되고 있다. 하나는 MBC에서 방송하는 기황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케이블 채널인 tvN에서 방송하는 빠스껫볼이다. 원간섭기와 일제강점기라는 시간적으로는 상당히 차이를 보이지만 우리민족이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던 시기라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한 시대를 그려나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접근방식은 상당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기황후같은 경우는 방송이 되기전부터 역사왜곡논란이 나왔을 정도로 그 시기를 일종의 판타지화를 하는 상황이고 빠스껫볼의 경우 최대한 그 시대를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연히 사람들이 빠스껫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맞을 듯하지만 아쉽게도 시청률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정반대이다. 현재 기황후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승승장구를 하고 있고 빠스껫볼은 아무리 케이블 방송이지만 조금은 아쉽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빠스껫볼은 시청률만으로 평가하기에 아쉬운 드라마인데 이는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친일파의 모습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기때문이다. 두 남자주인공인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상황이 나오고 주인공이 친일행각을 하는 모습은 정말 시청자들의 분노를 살만 했는데 드라마가 상당히 용감하다고 말을 할 수 있었다.
어제 방송에서는 도지한이 연기하는 강산과 정동현이 연기하는 민치호의 뒤바뀌는 운명이 그려졌는데 정말 둘의 운명은 완벽히 대칭을 이룬다고 할 수 있었다. 농구를 잘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을 찾을 수 없던 둘인데 이엘리야가 연기하는 최신영을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부터 대칭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민치호가 돌발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강산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오직 최신영의 마음만을 가지고 있었고 민치호는 최신영의 마음을 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민치호가 일제가 강요하는 의식들을 거부하면서부터 상황은 정반대가 되었다. 최신영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자신이 민족의 배신자가 아니고 일제의 압잡이가 아니라는 것을 민치호는 온몸으로 증명을 하였고 이러한 행동은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게 만들었지만 최신영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반면 강산은 민치호가 한 행동덕분에 그 빈자리를 채우면서 모든 것을 얻었다. 부와 명예를 얻은 강산인데 이것들을 얻고 그것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야말로 친일파의 모든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최신영도 멀어져가는데 세남녀의 모습은 단순히 삼각관계만으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당시 사람들을 압축적으로 그려내는 대표성도 보여주었고 때문에 강산이라는 캐릭터를 그려내는 모습에 상당히 용감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친일에 대해서 나오는 가장 많은 변명은 어쩔 수 없어서 친일을 했다일 것이다. 분명 찢어지게 가난하던 강산의 모습은 그런 변명을 옹호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강산은 농구선수가 되면서 이미 그 가난에서 벗어났는데 이후 자신의 욕심으로 적극적으로 친일행각을 하는 모습이었고 이는 친일파에 대한 아주 적나라한 묘사였다. 정말 용감하다라는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어제 방송에서 보여진 강산의 뻔뻔한 모습은 시청자들이 분노를 하도록 만들었다. 단순히 친일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도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데 민치호와 완벽하게 대비되는 모습으로 더욱 시청자들에게 이러한 감정을 강하게 가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부분에서 도지한의 연기력이 빛을 발해주었다. 사실 주인공들 중에서 유일하게 전작품이 존재하는 도지한은 나름 무게감 있는 연기를 통해서 가장 연기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는 강산이라는 인물을 잘 그려주었다. 시청자들이 강산에 공감을 하면서 동시에 혐오를 하도록 한다는 것은 분명 앞으로의 드라마 존재에서 중요한 것인데 욕망에 사로잡힌 강산을 도지한이 정말 훌륭하게 소화를 해주면서 앞으로의 내용이 기대가 될 수 있었다. 강산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비록 그 이후의 행동같은 것은 제외하더라도 친일행위를 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분노를 하도록 확실하게 악독한 모습을 연기하는 부분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빠스껫볼이라는 드라마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데 적합하기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가장 멋있다고 할 수 있는 민치호의 경우 당시 민족을 생각하고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독립운동을 했던 일부 선각자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적은 수였지만 분명 존재했던 유형이고 이러한 유형의 인물들은 현재에도 칭송을 듣는데 민치호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자신만만한 모습들은 민족에 대한 헌신을 더욱 멋있게 만들어준다. 최신영의 경우 친일파의 자녀이지만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인물인데 분명 이러한 인물도 존재는 했다. 부모의 친일 행위에 대한 속죄를 하고자 햇던 자녀들도 존재를 했고 이러한 유형의 인물을 그려내는 것은 상당히 새롭다고 할 수 있었다. 반면 강산의 경우 당시 친일파가 되는 상당수의 경우를 보여주고 생계형 친일이 그저 생계형 친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조연들의 경우 다양한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디테일한 인물들을 통해서 드라마는 상당한 사실감을 주고 이러한 사실감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에 몰입을 하여 민족을 울분과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상당히 드라마 속 인물들이 잘 그려지고 있는 상황이기때문에 더욱 드라마의 시청률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런점에서 주연들의 부족한 네임벨류가 정말 아쉽다. 워낙 현재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이름값이 큰 상황에서 빠스껫볼의 신인군단은 쉽게 주목을 받기 힘든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은 드라마의 조기종영으로 귀결되고 말았는데 정작 조기종영을 해야할 드라마는 승승장구를 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비록 조기종영이 결정되었지만 아직 드라마는 절반도 방송을 하지 않은 만큼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마냥 착하기만 한 뻔한 드라마가 아니라 상당히 불편한 부분이 있는 인물인데 일제강점기 말에서부터 광복 직후까지의 상황을 아주 잘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잘만들어진 시대극이 되길 바란다. 분명 현재 빠스껫볼이 보여주는 모습은 단지 시청률만으로 평가를 하기 아까운 부분들이 존재를 한다. 물론 연출이나 스토리가 약간 루즈한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이러한 부분들이 아쉽기는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이토록 사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가 없는 만큼 한번쯤 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이제 오늘 방송에서 삼각관계가 더욱 복잡해질 듯한데 삼각관계 속에서 보여지는 당시의 시대상을 그러면 또 기대를 해보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