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다운 사극이 오랫만에 방송되었다라고 말을 하고 싶다. 온갖 퓨전이라는 명목하에서 사극의 탈을 쓴 정체불명의 드라마가 범람을 하고 아니면 역사를 왜곡하는 드라마로 가득차 있다고 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어제 첫방송을 한 사극 정도전은 오랫만에 사극다운 사극이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정도전은 매우 흥미로운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간 드라마들이 주로 이성계와 그의 후손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정도전은 드라마 제목처럼 정도전의 관점에서 여말선초를 바라본다고 할 수 있었다. 사실 학문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정도전에 대한 재조명은 오래전이 상당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보다 대중적인 인식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 시점에서 정도전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굳이 정치적인 부분으로 이야기를 하지않더라도 정도전이라는 인물은 현재에 이야기하는 것이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고 또 하나의 역사교과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는 KBS 대하사극으로 다루어지는 것이기때문에 방송전부터 상당히 기대를 하고 완성도가 높길 기대했다. 그리고 방송이 되었을 때 기대감은 충족되고 그 이상이 것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탄탄한 고증이나 연출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제대로 드라마의 무게감을 살려주었기때문이다. 사극 특유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는 경쟁작인 황금무지개나 세번 결혼하는 여자와 1%정도의 차이만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된 지점에서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첫방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하지 않을까도 생각을 해본다.
일단 어제 방송에서 가장 눈여겨 볼 필요가 있던 인물은 당연히 정도전이다. 정도전을 연기하는 조재현은 개혁가라고 할 수 있는 정도전의 면모를 첫방송에서부터 단번에 살려주었다. 몇년전 방송되었던 계백에서 의자왕을 연기했던 조재현인데 그 때와는 전혀 다르면서 동시에 그때와 마찬가지로 강인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모습은 확실히 조재현이라는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사실 드라마가 인물 이름을 제목으로 선택한 상황에서 주인공인 조재현이 얼마나 좋은 연기를 보이는지가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조재현은 기대만큼 좋은 연기로 정도전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단번에 형성해주었다. 원리원칙에 따라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정도전의 모습을 조재현은 강인한 눈빛연기와 힘있는 발성을 통해서 살려주었는데 조재현만의 정도전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워낙에 현재 드라마가 다루는 시기에 대해서 용의 눈물과 같이 오래도록 회자되는 드라마가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뛰어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고 할 수 있는데 비록 정도전이 용의 눈물을 뛰어넘지 못할지라도 현재의 세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기에는 충분하였다. 일반적으로 정도전하면 떠오르는 킹메이커를 뛰어넘는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내는냐가 상당히 중요한 것이 첫방송이었는데 조재현은 확실히 이것을 살려준 셈이다. 기존의 다른 대하사극과 다르게 전쟁이나 전투가 상당히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임에도 조재현이 만들어주는 무게감과 긴장감은 그에 필적할 것 같고 앞으로 기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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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조재현의 명품연기 속에서 또 시선을 사로잡은 인물은 바로 박영규가 연기하는 이인임이었다. 사실 박영규하면 떠오느는 이미지는 여전히 순풍산부인과의 코믹연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부에 정도전과 대립을 하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인 이인임을 박영규가 맡는다고 했을 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걱정은 기우라는 것을 박영규는 연기력을로 보여주었는데 웃음기를 싹 뺀 진지한 연기 속에서 확실한 악역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사실 이인임이라는 인물이 악역인가라는 것도 곰곰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었는데 정도전과 대립을 하기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 사실 악역이라기보다는 정도전이 넘어야할 산이라 할 수 있었다. 언뜻보면 간신이라고 평할 수 있지만 간신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이 확실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권문세가의 거두라는 역할을 과연 어떻게 그려내는지는 비록 악역이 아니라하더라도 고려라는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정도전의 이야기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런점에서 정도전과 대립을 하면서도 정도전을 취하고자 하는 모습이나 자신과 정치적인 대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신진사대부 층을 포섭하기 위해 선물이 아닌 뇌물을 주는 것은 무척이나 의미심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 장면에서 박영규는 정말 기대 이상의 연기를 통해서 정치 9단이라 할 수 있는 이인임을 확실히 부각시켜주었다. 단번에 지금까지 박영규의 이미지가 날라가버리는 것만 같았다.
사실 정도전이라는 드라마가 재미있던 것은 어디하나 빠지는 연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랫만에 보여지는 정통사극이다보니 기대감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는데 확실히 정도전의 모든 배우들은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명품연기를 선보여주었다. 드라마 첫부분에 아주 짧게 등장을 한 유동근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그 모습은 확실히 많은 대중들이 기대했던 KBS 대하 사극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오직 유동근만이 살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등장하게 될 이성계도 기대를 할 수밖에 없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공민왕을 연기하는 김명수는 공민왕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아주 사실적으로 잘 살려주었다. 일반적으로 공민왕하면 떠오르는 자주적이고 개혁적인 이미지는 사실 그가 멀쩡할때라고 할 수 있는데 공민왕은 제위 후반부에 더이상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여 고려 사회의 모순을 키웠고 사실상 고려의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김명수는 매우 설득력 있게 공민왕의 모습을 살려주어서 시청자들이 인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유동근이 연기하는 이성계와는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는 김명수의 공민왕은 무척이나 의미가 있었고 이러한 부분을 보면서도 사극다운 사극을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방송만으로도 확실히 정도전은 정통사극의 부활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이 굵은 사극 특유의 매력을 정도전은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매력은 퓨전사극이나 역사왜곡 사극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마치 또 하나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 정세와 같은 부분을 언급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매우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명나라 사신과 경복흥이 대화를 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내용들은 실제 고려사에 기록되어 있는 기사였다. 즉 정도전이라는 드라마는 철저한 고증 속에서 왜곡을 최대한 없애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사실이 바탕이 된 드라마는 확실히 무게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연출이라는 측면이나 기획의도라는 측면이나,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정말 빠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드라마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사실 어제는 첫방송이고 그야말로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정말 오늘 방송도 기대가 되고 앞으로도 큰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묵직한 사극답게 배우들의 무게감있는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부디 정도전이 많은 인기를 끌어서 사극은 어때야하는지를 확실히 보여주길 바란다. 그러면 오늘 방송을 기다리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