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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프로그램/정도전

정도전, 시청자를 사로잡는 박영규가 선보인 악역의 품격




드라마 정도전은 비록 아직 경쟁작들과의 경쟁에서 한발차로 뒤지고 있지만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사라져버린 것만 같은 대하사극의 부활을 기대하도록 해주고 있다. 아직 드라마는 극초반이라고 할 수 있고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 많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분명 드라마 정도전은 정통사극만의 재미를 확실하게 선보여주며 한동안 유행하던 퓨전사극이나 여타의 사극이 시시하게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흔히 사극하면 박진감넘치는 전투나 전쟁 장면이 아주 중요할 것 같은데 현재 정도전은 정치적 싸움, 즉 정쟁을 통해서 상당한 긴장감을 부여해주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은 이전과느 또 다른 대하사극에 아주 깊게 몰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 드라마에서 확실한 악역의 모습을 보여주는 박영규의 뛰어난 연기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드라마에서 연기력이 구멍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박영규가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연기가 기대 이상이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박영규가 연기하는 이인임이라는 인물이 상당히 입체적이어서 시청자들이 좀 더 생각을 하고 드라마에 몰입을 할 수 있게 하는 요소가 있기때문이다. 다짜고짜 나쁜 인물과 달리 박영규는 이인임을 그야말로 품격있는 악역으로 그려주고 이러한 모습은 악역의 품격이라고 표현을 하고 싶다.



사실 토요일에 방송된 5화에서 이인임은 자신과 정치적으로 대립을 하는 신진사대부를 쳐내기 위해서 정도전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정도전이 귀양을 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정도전의 귀양은 정쟁에서 권문세가가 일단 승리를 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는데 5회의 내용은 수세에 몰리고 있던 권문세가가 정치적 선택으로 반전을 이루어내는 내용이었다면 어제 방송은 다시 세력을 회복하려는 모습과 그러한 궁리가 더욱 큰 곤란으로 돌아오는 모습이었다. 이부분은 상당히 긴장감이 있었는데 김의와 연관이 된 고려의 권문세가가 그 꼬리를 밟히는 과정은 분명 다시 한번 정쟁이 불붙을 것을 예상할 수 있도록 했다. 안사기가 김의와 연락을 하던 것이 들통이 났을 때 당연히 안사기를 측근으로 두고 있는 이인임 또한 권력에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인임은 여기서 다시한번 정치9단의 면모를 보이고 또한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 어디까지 악랄해질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옥에 갇힌 안사기에게 구해줄 방도가 없다고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꼬리라 할 수 있는 안사기를 쳐내기 위해서 모든 준비를 다 해두었다고 협박을 하는 모습은 섬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철저하게 자신를 중심에 두고 정치적 수싸움을 하는 이인임의 모습은 악역이라고 해도 당시 권문세가의 모습을 아주 설득력있게 그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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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의 연기력은 이인임이라는 인물을 보다 묵직하게 만들어주었는데 사실 정말 이부분은 기대이상이라 할 수 있었다. 박영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워낙에 코믹쪽이다보니 자칫 이인임이라는 인물이 극 초반에 우스운 악역이 되는 것이 아닐가 생각되었는데 확실히 박영규는 매회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인임이라는 인물을 아주 매력적으로 그려내었다. 사실 이인임이라는 인물은 일반적인 악역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는데 악역이라하면 항상 독한 모습으로 화를 내는 모습이 익숙할 수 있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인 것이다. 아주 차분하게 마치 몸안에 구렁이 백마리는 키우고 있는 듯이 의뭉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는 모습은 순간적으로 버럭 화를 내고 충동적인 악역보다 더 무게감이 있었다. 물론 어제 방송에서는 이인임조차도 자신의 그림과는 전혀 다른 돌발적인 그림이 그려지면서 당황을 하고 때문에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을 잠깐이나마 보였는데 순간적인 모습에서 박영규는 이인임이라는 인물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그 감정을 아주 확실하게 그려주었고 이는 시청자들이 더욱 드라마에 몰입을 하도록 해주었는데 정치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고 그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것이라 생각되었다.


사실 이인임이라는 인물의 독특한 매력은 철저하게 정치적이고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사실 선악의 구도로 이인임을 설명할 수 없는데 비록 드라마는 정도전이고 신진사대부의 관점에서 여말선초가 그려지더라도 이인임의 모습이 악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대립의 대상인 것인데 악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넘어야할 산으로 그려지는 모습은 한순간한순가 정치의 진수를 보여줄때 아주 잘 살아났다. 이성계의 부인 강씨가 이성계를 보다 조정의 요직에 들어가길 바라며 이인임에게 뇌물을 주었을 때 보이는 이인임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가 부패한 관료였다면 어쨌든 그 뇌물을 받아들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인임은 어디까지나 현 고려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현실정치인이었고 고려라는 곳에서 이성계가 가져야할 위치를 아주 명확하게 말하였다. 이러한 면모들이 비록 이인임이 극중 구도상 악역이라 할 수 있음에도 그 행동하나하나에 공감을 하도록 만들고 단순히 시청자들이 한쪽으로만 인식이 쏠리지않기때문에 드라마가 더욱 재밌어질 수 있었다. 물론 이장면에서 선보여지는 박영규의 무게감있는 연기는 비록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은 아니어도 거물정치인의 모든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드라마는 아주 긴 호흡으로 전개되어갈 것인데 확실히 현재 그려지는 초반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있다. 아직 정도전은 현실은 전혀 모르는 말뿐이 이론가일 뿐이고 다른 거물 정치인들은 확실하게 닳고닳아서 상대가 되질 않는다. 정도전이 귀양을 간 상황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 이제 그려질 것이라 생각되는데 단순히 영웅 정도전이 아닌 역사적 인물 정도전을 그려내고자 하는 제작진의 노력은 분명 인상깊다. 뛰어난 고증을 통해서 스토리가 매우 충실한 상황이고 연출 또한 흠잡을 곳이 없는데 여기에 배우들의 명연기까지 더해지니 확실히 정도전은 명품사극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KBS 대하사극이 어느시점부터 상당히 무너졌는데 정도전은 그 무너진 아성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해줄 것 같다. 물론 아직 드라마가 초반부인만큼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이라면 무엇을 기대해도 그 이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도전이 정치 중앙에서 밀려난 상황에서 이제 이인임과 최영의 정쟁을 볼 수 있을 듯한데 과연 이부분이 어떻게 그려질지 그럼 기대해보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