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영 프로그램/각시탈

각시탈, 박수가 절로 나오던 제작진의 용감한 위안부 문제 언급




각시탈이라는 드라마는 단순히 영웅물이 아니었다.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기억이라 할 수 있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 만큼 역사적인 문제 의식이 자연스럽게 나올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내포하게 되면서 드라마는 점점 완성도를 더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탄탄해져가는 듯하다.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정말 드라마 전반에서 차근차근 이야기해나가면서 놀라웠는데 어제 방송에서는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등장을 하였다. 여전히 해결이 안되고 있는 바로 위안부 문제가 드라마에 전면에 등장을 한 것인데 일제 강점기의 여전히 지속되는 아픈 기억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오고 그것에 대해서 풀어나가는 방식은 시청자들이 각시탈에 원하는 대리만족을 제대로 주었다. 여전히 뻔뻔하게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고자하는 일본측의 대응과 우리 정부의 소극적 대처는 언제나 이 문제를 다루기 곤란한 입장을 만들어왔다고 할 수 있는데 각시탈 제작진은 기꺼이 국민 대다수의 심경을 담은 형태로 위안부 문제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다루었다. 시기적절하였던 사유리의 3000만원 기부와 함께 되어서 사람들의 관심이 더 클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드라마가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정말 놀라웠다. 왜 현재 일본정부가 끝까지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를 분명하게 드라마에 제시하여 왜 이문제가 쉽게 해결되지않는지를 시청자에게 알렸다.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사기문제를 배경으로 등장한 위안부와 위안소를 그 배경부터 분명하게 보여주고 그리고 나서 모집 방식을 보여주었는데 당시 일본 총독부의 악행에는 치가 떨릴 수밖에 없었다. 간호사로 파견을 한다고 거짓을 말하고 상당히 많은 급료를 제시하여 의심을 하지 못하게 하는 형태는 그자체만으로도 분노를 자아냈는데 거기다 모집형식은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조선총독부가 관여하지않았다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일반 사기업 중심으로 모집을 하고 경찰과 군인은 철저하게 조력을 하면서도 신분을 감춰 일본정부가 했다는 흔적을 남기지않았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현재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되는데 간호사로 간다는 것에 속아서 자발적으로 갔다는 부분과 일본정부가 주도했다는 서류상의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눈가리고 아웅식이지만 드라마는 이러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 당시 일본의 지배가 얼마나 교활하고 악랄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추천부탁드려요


단순하게 일본이 무자비하게 끌고갔고 하는 식으로 보이는 것보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한 부분이 더 문제를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그 부분에서 분노할 수 있을 것이다. 왜 현재 이 문제들이 해결이 안되는 지를 설명했다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장면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문제를 단순하게 접근하지않고 좀더 심층적으로 다가가야함을 말해주었다. 단순히 일본이 나쁘다 이런식으로 나오면 일본은 그저 자발적으로 지원을 했다, 정부에서는 그런일을 주도하지않고 그저 개인들이 주도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다. 그보다는 자발이라는 것의 허상과 당시 정황에서 결코 정부의 주도 없이 개인들에 의해서 일이 진행될 수 없던 부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서 일본정부를 비난하여야만 이문제가 언제가 일본정부의 사과로 끝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각시탈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전해주었다. 외교측면에서 일본의 눈치를 살핀다고 할 수 있는 우리정부에서 이렇게 위안부 문제를 전면에 다루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하는 제작진은 정말 용감한 모습이었다. 또한 여전히 친일파의 후손이 잘 살아가는 상황에서 친일파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듯한 모습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기억이 집단기억의 형태로 이어져오고 일본정부의 성의있는 사과가 이루어지지않은 상황에서 각시탈이라는 드라마는 우리 속에 있는 응어리를 대신 풀어주어서 통쾌함을 주는 것이고 바로 이것이 이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되어서 인기를 얻는 이유일 것이다.


어제 방송은 위안부 문제만 아니라 또 다른 식민지 조선의 실상을 보여준 부분도 있었다. 김명수가 연기하는 무라야마 종로경찰서 서장의 말은 당시 일제가 자행하던 조선통치의 진면목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내선일치라는 명목상의 방침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단번에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표면적으로 봤을때 주원이 연기하는 이강토라는 인물은 내선일치라는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원리원칙 주의자인 콘노 고지 경무국장은 기꺼이 이강토를 높이 평가하고 지지해주었는데 키쇼카이에 의해서 콘노가 죽고 나서 기무라 타로가 경무국장이 되고 무라야마가 종로서장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무라야마는 내선일치라는 것이 일종의 기만정책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자신의 입으로 말했는데 사실 역사적으로 내선일치나 문화통치라는 것이 말만 그랬다는 것을 알기에 이러한 모습은 너무나도 사실적이었고 그랬기에 더 시청자들이 몰입을 할 수 있었다. 합리적인 일본인들때문에 친일드라마라는 소리까지 들어야했던 각시탈인데 내용이 전개되면서 그러한 요소는 완전히 사라지고 이제는 당시 조선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들어내서 우리 선조들이 겪어야했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비록 현실에서는 각시탈과 같은 영웅이 없었기때문에 위안부들은 아무것도 모른채로 타지로 가서 일본군들의 성노리개가 되어야만했다. 하지만 각시탈은 드라마이기에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기꺼이 현실과는 다르게 위안부로 끌려가는 조선처녀들을 구출하야 일본의 야욕을 저지한다. 주원이 연기하는 이강토가 트럭앞을 딱 가로막는 순간 당연히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이미 일어났던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응징을 간접적으로나마 한다는 느낌이었고 각시탈이 2012년 대한민국의 영웅이 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각시탈이 진짜 영웅이 되었다는 느낌도 주었는데 사실 각시탈은 초기에는 그저 가족의 복수라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었다. 신현준이 연기했던 이강산에 의해 형성되었던 1대 각시탈은 아버지의 복수, 이강토에 의해 형성된 2대 각시탈도 가족의 복수라는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어쩌다보니 친일파이고 조선침략에 앞장서는 인물이었기에 조선의 영웅이 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개인적인 원한이 아닌 조선을 위한 영웅이 된 느낌이었고 그렇기때문에 더욱 각시탈의 영웅적인 행동이 통쾌함을 전해주었다.


주원, 박기웅, 진세연, 한채아 이 네배우가 정말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나머지 조연들도 열연을 보여주면서 각시탈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엄청난 몰입감을 시청자에게 준다. 거기다 기꺼이 한류를 통한 해외 판매를 포기하고 우리민족의 아픈 역사를 통렬하게 이야기하는 스토리는 시청자들이 열렬한 호응을 하게 만들어준다. 방송에서 그간 눈치보느라 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이나 애매하게 넘어가던 부분을 직접적으로 언급해서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드라마에 공감하도록 하는 현재의 각시탈이 이야기는 아마 처음 각시탈이 기획되고 방송된다고 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실망감을 주었던 부분이 없기는 않지만 이제 각시탈은 확실하게 한국드라마 역사에 남을 만한 시대극이 되어주는 듯하고 매회 긴장감을 더하는 상황에서 과연 또 어떤 통쾌함을 제공해줄지 기대가 된다. 주원과 박기웅의 물오른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한층 배가 시켜주고 있는데 점점 드라마가 끝을 향해서 가는 만큼 끝까지 드라마가 히어로물다운 통쾌함을 유지해주길 바란다. 비록 그 끝이 비극일수밖에 없는 각시탈이지만 부디 그 끝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언가 전하는 바가 있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더이상 각시탈은 드라마 하나가 아닌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우리가 행동하길 요구하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위안부문제라는 무척이나 민감한 사항을 인상적으로 드라마에 담은 제작진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며 이만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