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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프로그램/정도전

정도전, 감탄밖에 나오질 않았던 유동근의 묵직한 감정연기




정도전이라는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트랜드에 맞춘 드라마와는 많이 궤를 달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가 상당히 묵직하다라는 느낌을 주는데 상당히 가볍고 세련되었다고 할 수 있는 근래의 사극과는 정말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정통사극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통사극은 구닥다리의 느낌이 아닌 클래식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워낙에 진지하게 역사를 다루다보니 시청자들도 단순히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면서 드라마를 보게 되는 현상도 나타나는데 사실 이는 일부니까 제외를 하고 어쨌든 역사에 충실하다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통사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바로 배우들의 매우 뛰어난 연기일 것이다. 매우 묵직한 정통사극이다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못받쳐주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데 확실히 정도전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한명한명이 명품연기를 선보여주며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깊게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최영을 연기하는 서인석과 이인임을 연기하는 박영규의 연기대결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그럼에도 어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점차 비중이 커질 이성계를 연기하는 유동근이었다. 유동근은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데 한두씬 정도가 나오지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강한 흡입력을 보여주엇다.



분명 어제 방송의 중심은 최영과 이인임의 대립이었다. 한동안 같은 정치노선을 보이던 두 인물이 다른길을 걷게 되는 것이 드라마에서 아주 생생하게 그려졌는데 고려말의 두 거물 정치인이 대립을 하는 내용은 상당히 긴장감이 살아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서인석과 박영규는 너무나도 훌륭하게 각자가 맡은 인물을 연기해냈다. 어제 방송은 두 인물의 성격을 아주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가 있었는데 최영과 이인임이 같은 권문세가의 구성원이고 같이 정도전을 몰아냈지만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였던 것이다. 최영의 경우 우리가 익히 알듯이 진정한 보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오직 고려라는 나라를 위해서 헌신을 하는 모습은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기는 했지만 충신이라는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서인석은 이러한 최영의 굳은 의지와 같은 부분을 분명하게 표현을 해주었다. 반면에 이인임의 경우 그동안 좀 애매모호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제 확실히 진면모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철저하게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간신의 전형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박영규는 이러한 이인임의 면모를 확실한 악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주었다. 최영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하고 크게 웃는 모습은 소름이 끼칠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가 전투장면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는 사극만의 재미가 줄어들 수 있는 요인인데 그럼에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던 것은 서인석과 박영규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어서 정치적 갈등이 상당히 흥미롭고 긴장감이 넘쳤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비록 어제 방송에서 주요내용은 최영과 이인임의 대립이어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이성계의 마음가짐 부분이었다. 사실 아직 정도전이라는 드라마에서 이성계는 그리 많이 나오고 있질않고 있다. 드라마의 타이틀이 정도전인 상황이니 당연히 주인공은 정도전이고 이성계의 경우 주인공에 버금가는 비중이지만 아직 드라마 속 시기가 그러기에는 멀어서 이성계는 상당히 비중이 적은 상태이다. 그야말로 방송 때마다 한 씬 정도가 나올까 말까인 상황인데 이렇게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성계는 유동근의 뛰어난 연기 속에 미친 존재감을 드라마에서 뽐내주고 있다. 이는 어제 방송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 것이었다. 어제 방송에서 최영은 이성계에게 왜구 토벌을 요청하는데 부족한 군사로 왜구를 토벌해야함에도 이성계는 당연하다는 듯이 무리한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모습은 그자체로도 카리스마가 있었는데 누가 연기를 해도 멋있을 이성계의 이러한 모습을 유동근은 한층 카리스마 있게 만들었다. 과연 현재의 배우들 중 누가 유동근만큼 이성계의 카리스마를 그려낼 수 있을까 싶었다. 당시 신흥무인세력으로 인망이 높았던 이성계라는 인물의 무인다운 면모를 자연스럽게 풍겨오는 것 같았는데 유동근의 연기는 확실히 묵직하고 그자체로 무게감이 가득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성계가 최영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장면보다 더 놀라웠던 장면이 있었다. 바로 그 다음 장면이었던 이성계 부인의 말을 듣고 이성계가 스스로 전장에서 봤던 것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최영이 이성계에게 출정을 요청하면서 부족한 군사는 징발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을 때 왜 그러지 않겠다고 했는지 다시한번 부인이 최영의 말대로 징발을 하라고 할 때 거절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이해를 시켜주었다. 징발을 하는 현장에게 보게 되는 백성들의 비참한 삶에 대해서 이성계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징발이 된 아비와 남은 자식 중 누가 먼저 죽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 같았다. 백성들의 비참한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지만 그러한 백성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안가게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이성계의 면모는 무인 이성계와는 또 다른 부분이었다. 그리고 유동근의 뛰어난 감정연기는 이러한 이성계의 모습을 한층 완성도 있게 만들어냈다. 복받쳐오는 감정을 담은 듯한 유동근의 연기는 시청자들이 이성계에 몰입을 할 수밖에 없도록 했는데 당시 영웅으로 추앙받던 이성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했다. 유동근의 연기는 왜 정도전과 이성계가 힘을 합치게 되는지에 대한 어느정도의 설명도 되었는데 강렬한 감정연기로 확실히 설득력을 얻어낸 것이었다.


정도전이라는 드라마는 사실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정치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이다보니 비록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드라마는 결코 가볍지가 않고 무척이나 무겁다. 여말선초의 모습이 현재의 모습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현실을 생각하고 현실을 투영한다. 이것은 정말 드라마의 최고 지향점이라 할 수 있는데 명품드라마, 명품사극이라는 말이 딱일 듯하다. 정통사극의 부활이라는 소기의 목표는 달성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드라마 정도전이 지금과 같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 철저한 역사고증일 것이다. 철저한 역사고증이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여기에 뛰어난 연출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이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배우들의 명품연기가 더해지면서 드라마 정도전은 가벼움을 거부하는 사극다운 사극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아직 드라마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통사극에 목말랐던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정도전인데 배우 한명 한명이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어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제 오늘 방송에서는 다시 조재현이 연기하는 정도전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질 듯한데 조재현이 정도전의 성장을 어찌 그려낼지 기대를 해보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